"밤마다 야식" 식탐인 줄 알았는데…의사가 밝힌 진짜 원인 [건강!톡]

입력 2026-08-18 09:58
수정 2026-08-18 10:13

밤마다 냉장고를 열고 배달앱을 켜는 일이 몇 달째 반복된다면 단순한 습관으로만 넘기기 어렵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호르몬 불균형이 만든 ‘야식증후군’일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야식증후군은 1955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섭식장애의 하나다. 현재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기준인 DSM-5에도 등재돼 있다.

하루 전체 섭취 열량의 25% 이상을 저녁 식사 이후에 먹거나,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잠에서 깨 음식을 먹는 일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 야식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체 인구의 약 1.5%에서 나타나며, 비만한 사람에게서는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식증후군을 단순히 식탐이나 의지박약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박형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밤마다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가 만들어내는 절박한 몸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몸은 이를 견디기 위해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 수치가 높게 유지되면 뇌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세로토닌을 찾게 된다. 탄수화물과 당분은 세로토닌 분비를 빠르게 자극하기 때문에 밤마다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 당기기 쉽다.

여기에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과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의 균형까지 깨지면 식욕 조절이 더 어려워진다. 결국 늦은 밤 폭식으로 이어지고, 다음 날 다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야식이 체중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늦은 시간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위산이 역류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 밤새 위가 소화 활동을 계속하면 깊은 수면도 방해받는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커지고, 다시 야식을 찾게 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내장지방과 복부지방이 쌓이면서 비만과 각종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

야식증후군은 무조건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배가 고플 때는 먼저 물 한 잔을 마셔 실제 허기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배가 고프다면 따뜻한 우유나 소량의 견과류처럼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생활 리듬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저녁은 가볍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최소 취침 2~3시간 전에 끝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무작정 먹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야식으로 스트레스 푸는 방법 이외의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며 “규칙적 식사와 운동, 일정한 취침 시간 등으로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게 야식증후군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