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하면 10억 번다"…'로또 아파트' 등장에 9만명 몰렸다 [주간이집]

입력 2026-08-19 06:30
수정 2026-08-19 08:03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송파구에서 1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아파트 1가구를 잡기 위해 수많은 청약자가 몰렸습니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라면 신청할 수 있어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19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0~16일)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1954가구·2021년 12월 입주)이었습니다. 한 주간 3만8238명이 다녀갔습니다.

이 단지 무순위 청약에 관심이 쏟아져서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전용면적 84㎡C 1가구 일반공급에 총 9만443명이 신청했습니다. 경쟁률은 9만443 대 1이었습니다.

청약자가 몰린 가장 큰 이유는 가격입니다. 이번에 나온 물량은 29층으로 공급가격은 9억4085만원입니다. 붙박이장과 시스템에어컨 등 옵션 비용 7170만원을 더해도 총 10억1255만원입니다.

시장에서 거래된 가격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값 아파트'에 가깝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16일 14층이 21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6월에는 23층 물건이 21억1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단순 비교하면 최근 실거래가와 이번 공급가격의 차이는 약 10억9000만원에 달합니다. 옵션 비용을 포함한 가격을 기준으로 해도 당첨과 동시에 1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번 물량은 일반적인 신규 분양이나 미계약 물량은 아닙니다. 불법 전매나 공급 질서 교란 등으로 기존 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사업 주체가 다시 공급하는 '불법행위 재공급' 물량입니다.

전매제한은 최초 당첨자 발표일인 2019년 9월17일부터 3년으로 이미 기간이 지났지만 거주의무기간은 3년입니다. 당첨자는 향후 10년 동안 재당첨도 제한됩니다.4년 전엔 3만1780명…이번엔 10억원 차익
이 단지의 '줍줍'에 청약자가 대거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에도 계약취소 물량이 나왔습니다. 당시 전용 84㎡D 일반공급 1가구의 공급가격은 8억7100만원이었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4억~5억원가량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1가구 모집에 3만1780명이 신청했습니다.

이번에는 시세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2022년 당시 8억원대였던 재공급 가격이 이번에는 옵션을 포함해 10억원을 조금 넘지만 같은 기간 이 아파트의 시장가격은 2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분양할 당시에도 가격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2600만원대로 전용 108㎡를 제외한 모든 주택형이 9억원 이하였습니다. 모델하우스에 약 4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앞으로 이런 줍줍 보기 힘들어지나"
이번 청약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대책과 맞물리면서 더 눈길을 끕니다. 앞으로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후 발생하는 잔여물량의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잔여물량, 이른바 '줍줍'이 발생하면 LH 등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잔여물량이 발생하면 무주택 일반 국민에게 추첨 방식으로 다시 공급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이를 공공이 매입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기존 공공임대보다 입주 대상을 넓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안에 따르면 우수 입지에 민간주택 수준의 품질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고 다양한 소득계층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입주 기준과 임대료 등 세부 내용은 올해 3분기 별도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청약시장에서는 정부가 민간분양에서 발생하는 잔여물량까지 공공임대 공급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을 최대한 끌어모아 공공임대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입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이 많은 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물량을 매입임대로 돌리는 것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고분양가 단지를 정부가 공공임대용으로 어떤 가격에 매입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