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남해안을 덮친 기록적 폭우로 경남 거제와 통영 일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심 도로가 강처럼 변하고 상가와 주차장이 흙탕물에 잠기는 장면이 온라인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피해 규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내린 호우로 이날 오전까지 주택·도로 침수, 수목 전도 등 피해 신고 2574건이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23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주·전남 144건, 부산 67건, 울산 20건 순이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경남 거제 옥포동 삼도로얄맨션에서는 산사태로 1명이 숨졌다. 거제에서 2명, 통영과 울산에서 각각 1명이 다쳐 현재까지 사망 1명, 부상 4명으로 집계됐다.
폭우가 집중된 거제와 통영에는 말 그대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15일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남 거제 956.1㎜, 통영 766.9㎜를 기록했다. 부산 가덕도 518.0㎜, 제주 성산 477.0㎜, 경남 사천 430.5㎜, 고성 429.5㎜ 등 남해안 곳곳에서도 많은 비가 내렸다.
온라인에는 피해 현장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한 영상에는 캄캄한 밤 도심 상가 거리가 불어난 흙탕물에 잠긴 모습이 담겼다. 빠른 물살에 차량 2대가 뒤로 밀려났고, 차체 하단은 이미 물에 잠긴 상태였다.
다른 영상에서는 1층 상가들이 침수 직전까지 물에 잠긴 모습이 포착됐다. 미용실 등 상가 내부로 흙탕물이 들이치고, 물은 창문 중간 높이까지 차올랐다. 아파트 주차장 전체가 호수처럼 변한 장면, 건물 바닥 지반이 무너져 구멍이 생긴 모습, 물에 잠겼던 상가 물품들이 흙탕물 범벅이 된 채 뒤엉킨 장면도 공개됐다.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도 컸다. 거제의 한 자영업자는 물바다가 된 출근길을 촬영하며 “내가 바다에 가게를 차린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맨발로 물길을 지나 가게에 도착했지만, 내부 바닥은 이미 흙탕물에 잠긴 상태였다.
대피도 이어졌다. 부산과 경남, 제주 등 3개 시도에서 318세대 564명이 일시 대피했다. 이 가운데 171세대 316명은 귀가했지만, 147세대 248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