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가 우대 등의 혜택을 받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을 강화했다. 새 기준에 맞춰 인증받으려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을 종전보다 2%포인트 높여야 한다. 외국계 제약사는 국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혁신 제약사 R&D 비율 높여야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약산업법) 시행령·시행규칙·고시 개정안을 최근 공포·발령했다.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전면 개편하는 건 2012년 제도가 도입된 지 14년 만이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신약 개발 중심의 생태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증제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이번 개편의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 기준 중 의약품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을 2%포인트씩 상향 조정한다. 직전 3개 연도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개편 제도가 적용된 뒤에는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을 9% 이상(최소 70억원)으로 맞춰야 한다. 기존 7% 이상(최소 50억원)에서 2%포인트 높아진다. 직전 3개 연도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R&D 비용 비중 조건이 5% 이상에서 7% 이상으로 올라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이나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의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한 R&D 비용 조건은 기존 3%에서 5%로 바뀐다. 의약품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면서 미국 또는 유럽 GMP를 보유한 기업은 ‘5% 비율’을 적용받는다. 결산이 완료된 별도 재무제표만 신청 기준으로 인정한다.◇리베이트 결격사유 기준 완화상향 조정된 R&D 비용 기준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는 때로부터 3년 뒤인 2029년 7월 22일부터 적용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업의 단기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R&D 비용을 지출했다면 이를 해당 사업연도에 일괄 계상하는 방식으로 반영해야 한다.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뒤 분할 상각하는 방식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회사에 지급한 라이선스 비용, 위탁 R&D 비용도 별도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계상한다. 의약품 연구개발과 직접 관련됐다면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자회사가 자체적으로 부담한 R&D 비용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개정안엔 리베이트 결격사유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엔 인증심사 기준 5년 안에 업체가 받은 행정처분 내용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오래전에 한 위반 행위가 원인이 돼 인증이 취소되는 등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심사 시점을 ‘행정처분일’에서 ‘위반행위 종료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5년 이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등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인증심사 세부 평가 지표 항목을 간소화하고 정량 지표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인증심사 세부 평가 총점을 120점에서 100점으로 조정하고, 심사 항목을 25개에서 17개로 줄였다. R&D 투자, 임상시험 건수, 수출 규모 관련 심사 항목을 정량 지표로 바꿔(17개 중 4개 항목) 인증 기준의 객관성을 높였다.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 기여도를 반영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항목을 새로 도입했다.◇외국계 기업 인증 요건 차별화외국계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 유형을 신설한 것도 이번 개정안에 담긴 변화다. 기존 인증 제도는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구분하지 않았다. 개정안에 따라 외국계 기업은 국내 연구·생산시설 유치, 해외자본 유치·공동연구·개방형 혁신 관련 항목의 배점을 높게 평가한다. 기술 및 특허를 본사가 보유한 외국계 기업 특성을 고려해 비임상·임상시험 후보물질 개발, 의약품 특허 기술이전 성과, 의약품 해외 진출 항목의 배점은 하향 조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증심사 세부 결과를 공개하도록 한 것도 이번 개정안에 담긴 변화”라며 “세부 심사 지표 및 인증 최저 합격점수를 고시에 명시하고, 인증 실패 기업에 대해 미인증 사유를 적시해 통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차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원하는 기업은 다음달 18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복지부는 인증심사위원회,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신규 인증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성창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 개편은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혁신 기업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