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수술 했다가 배변장애 생겼다…대법 "의료진이 배상해야"

입력 2026-08-17 22:18

허리 수술을 받은 후 배변 장애 등의 증상을 겪게 된 환자에게 병원 측이 배상해야 판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허리 수술을 받은 후 배변 장애가 생긴 A씨가 병원 운영자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4월 허리통증, 다리 저림 등 증상으로 B씨의 병원을 찾았고, 병원 측은 요추(허리뼈) 2∼3번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내렸다.

병원은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그해 5월 척추 내시경을 통한 추간판 제거술을 시행했다.

A씨는 이후에도 다리 저림과 마비, 엉덩이뼈 통증, 배변 장애를 호소했고, 병원은 6월 후속 수술을 했지만, A씨의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은 A씨는 2023년 3월 "의료진 과실로 신경이 손상됐다"면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병원 측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해 B씨가 A씨에게 약 1억2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신체감정의는 A씨의 증상이 마미증후군(말총증후군)에 부합한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는 척추 아래쪽 말꼬리 모양의 신경다발이 압박받아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2심은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수술 특성상 최선의 주의를 다했더라도 불가피하게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어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수술 도중이나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상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면 해당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기록상 A씨에게 나타난 마미증후군에 부합하는 증상 원인으로 첫 수술 외에 달리 객관적인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A씨 수술 직후 시행한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 결과지에 "수술 주위 부위에 혈성 액체가 저류돼(고여) 말총(척수 아래쪽 신경다발)을 둘러싸고 있고, 이에 따라 심각한 중앙부 압박이 있어 즉각적인 경과 관찰이 요구된다"는 내용이 기재된 데 주목했다.

이를 고려하면 수술 후 A씨에게 혈종에 따른 신경 압박 증상이 생겼고, 재수술 등이 시급히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의료진이 A씨에게 필요한 의료적 조처를 적시에 시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