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국군과 주한미군, 미 8군이 매년 실시하는 방어적 목적의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개시 당일 전해진 예상치 못한 뉴스다. 사전 조율을 거쳐 공동 발표해야 할 중대 사안을 SNS 게시로 가름한 점도 이례적이다.
게시 글 내용은 꽤나 심각하다. 트럼프는 ‘연합훈련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어 일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했다. 내년 UFS를 포함한 여러 연합훈련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인 만큼 오래전부터 연합훈련이 내키지 않았다”고 적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개인적 호불호를 앞세우는 모습이다. ‘연합훈련에 큰 비용이 들고 미국이 상당액을 부담한다’며 안보를 돈 문제로 치환한 점도 불편하다.
트럼프의 인식이 북의 억지를 닮아가는 점도 걱정이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보내는 완전히 부적절한 적대적 신호”라고 주장했다. 연합훈련을 ‘침략적 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해 온 북의 주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내가 집권하는 동안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고 존중했다”는 언급도 실망스럽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를 지원한 게 위협이 아닌가.
한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점이 우려를 더한다. 트럼프는 “최근 한국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우호적 입장에서 급격하게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어제 청와대가 밝힌 대로 이란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자유통항 회복은 물론이고 지연되는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도 오해가 없도록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한다.
후순위이던 북핵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한 점은 긍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언급한 만큼 해결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같은 한·미 관계에선 대화 국면이 도래해도 한국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이나 핵실험 유예 등으로 타협한 뒤 ‘북핵 해결’을 선언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