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 시대가 갔다고?…로봇은 하드웨어 혁신이 좌우"

입력 2026-08-17 18:34
수정 2026-08-18 00:43
“앞으로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의 성과는 하드웨어 혁신에 좌우될 겁니다.”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소장(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사진)은 1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한 인터뷰에서 “하드웨어와 기계공학의 완성도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지컬 AI 연구기관으로 18일 문을 연다. 조 소장은 내년부터 세계 최대 로봇학회인 로봇·자동화학회(IEEE RAS) 회장직도 수행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소장은 “많은 전문가가 ‘AI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AI가 일상이 되는 피지컬 AI 시대의 성패는 하드웨어 혁신에 달렸다”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두 달 전 서울대 강연에서 ‘지난 40년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시대였다면 이젠 기계공학자의 시대’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하드웨어의 기술 격차는 소프트웨어보다 더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소프트웨어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따라잡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하드웨어의 현장 노하우와 엔지니어링 역량은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하드웨어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연구소가 지향할 방향에 대해선 “로봇이 AI 반도체의 계산과 추론에 의존해 동작하지 않고 부품과 소재가 물리 법칙에 맞춰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의 자율신경계, 반사작용처럼 특정 상황과 조건에서 자동 반응하는 일종의 ‘체화 지능’을 로봇에서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조 소장은 최근 산업계에 확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선 “매우 중요한 폼팩터(형태)”라면서도 “미래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단일 규격으로 스펙 경쟁을 하는 반도체와 달리 로봇은 현장과 용도에 맞는 맞춤형 형태가 중요하다”며 “웍을 흔들어 요리하는 로봇이 굳이 사람 모습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바퀴형, 거미형, 웨어러블 등 다양한 로봇 형태가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소장은 “정부도 하나의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이끌어가기보다 다양한 폼팩터가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로봇 제조 역량이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 업체와 비교해 뒤처지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선 1년에 100개 이상의 로봇 기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창업 아이템 발굴, 펀드 투자, 시제품 양산 등 과정을 단기간 끝낼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인프라가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조 소장은 “한국도 대학의 원천기술이 벤처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에 관해 쓴소리도 했다. 조 소장은 “정부가 목표를 정해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톱다운 방식의 제안요청서(RFP)는 연구자의 도전 의식을 꺾고, 기업 현장에서 쓸모없는 로봇을 양산하게 할 수 있다”며 “연구자가 유연하게 목표를 정하고 바꿀 수 있도록 ‘미들업’ 방식의 지원과 상호 신뢰 기반의 평가 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임다연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