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일대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도심 녹지 훼손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옛 용산철도정비창)를 비롯해 용산 일대 주택 후보지 선정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놓고 잇달아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주거권(개발)과 환경권(보존)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의 충돌로 본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모두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 해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용산 일대 개발 놓고 ‘이견’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정부는 용산공원(약 300만㎡)의 10%인 용산어린이정원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회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주택 후보지 검토 범위도 용산공원 전체로 넓혔다. 이곳에 용적률에 따라 3만~7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정부는 ‘도심 내 택지가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집값 상승세와 주거 불안을 잠재우려면 수요가 집중된 서울 핵심 입지에 속도감 있게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한문도 명지대 겸임교수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공원이 아니라 집”이라며 “용산공원 일부만 개발해도 주택을 3만~5만 가구까지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도록 돼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반발도 부담이다. 서울시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도심 녹지인 용산공원을 훼손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은 산지를 제외하면 생활권 녹지가 주요 대도시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10분 도시’처럼 생활권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녹지가 중요하다”며 녹지가 기후 대응과 침수, 미세먼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두고도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엇갈린다. 강남 대체지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1·29 대책’ 핵심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학교 등 기반시설과 국제업무지구라는 개발 취지를 고려할 때 8000가구 이상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개발과 보존 절충 찾아야주거권과 환경권의 충돌은 단순히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 헌법 제35조는 환경권과 주거권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한정된 토지에서 두 가치가 충돌한다는 점이다.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지으면 녹지가 줄고, 보존하면 주택 공급 기회가 감소한다.
해법은 ‘개발 또는 보존’이라는 양자택일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일본 도쿄 롯폰기 미드타운은 개발과 녹지 보존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다. 에도시대 다이묘 저택이자 메이지 시대 육군 주둔지였던 부지로, 이후 미군 장교 숙소와 방위청 청사로 활용됐다. 2001년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미쓰이부동산 등 6개사 컨소시엄이 개발을 맡았다. 7만8394㎡ 부지에 쇼핑몰, 오피스, 호텔, 미술관, 공원 등이 조성됐으며 주택도 700가구가량 들어섰다. 인접한 히노키초공원과 연계해 약 4㏊의 녹지와 공개공지를 확보하고 녹화 면적을 당초보다 2.7배로 늘렸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장은 “용산공원은 미드타운처럼 공원의 취지를 살리되 인근 캠프킴과 수송부 부지,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어린이정원 등 주변 개발지의 용적률을 높여 주택과 업무·상업시설을 공급하는 ‘결합 개발’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한재영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