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종목 기회의 장 열렸다…금·화·조도 동반 상승할 것"

입력 2026-08-17 17:44
수정 2026-08-19 11:22

큰 폭으로 조정받은 증시가 새 국면을 맞았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축소되고, 국제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자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재개했다. 국내 증시에선 반도체 쏠림에서 벗어나 대부분 종목이 오르는 종목장이 펼쳐지면서 견고한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6258.77에서 6977.94로 11.49% 상승했다. 지난달 말 저점에 비해 20%를 웃도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글로벌 증시도 지난주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닛케이225지수가 4.74%, 대만 자취안지수가 3.58% 뛰는 등 아시아 증시가 강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은 기업 실적과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이끌었다.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매크로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성장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소폭만 인상하며, 중동 위기에 따른 공급 충격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유가는 다시 하락하는 ‘골디락스 조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한국은 환율 안정이 더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434.5원에서 1416.1원으로 20원 가까이 하락했다. 외환당국의 강한 시장 개입이 있었던 데다 레버리지 문제 해소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 돌아온 영향으로 보인다.

‘삼전닉스’ 쏠림장세가 완연한 종목장세로 변화한 것도 새로운 국면의 한 단면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24.74% 상승하는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18개 종목 중 860개(93.7%)의 주가가 상승했다. 지수가 20.95% 오른 5월 4~14일과 22.09% 뛴 5월 21일~6월 2일 상승 종목이 각각 241개, 195개이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로 투자가 분산되고, 반도체 외 기업의 호실적이 확인된 결과다.
주요 증권사 11곳 리서치센터장 하반기 전망
중소형주로 온기 전방위 확산…금융·증권·화장품, 텐배거 유망반도체주 폭락에서 촉발된 지난 7월 글로벌 증시의 조정국면이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현재 미국 증시는 성장은 강력하게 유지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소폭만 인상하며, 유가는 다시 하락하는 ‘골디락스 조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도 지난달 말을 저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상승 랠리를 재개하더라도 상반기와 다른 색깔의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주도주 역할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반기 소외된 개별 섹터·종목으로 상승세가 퍼지는 ‘종목장’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대비 저평가된 알짜 기업에 ‘텐배거’(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종목)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삼전닉스 쏠림 덜해질 것”17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 11곳(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신한투자·하나·메리츠·대신·키움·현대차·DB증권)의 리서치센터장 및 전략 담당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0.9%(10곳)가 ‘상반기 대비 반도체 쏠림이 완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5곳은 ‘주가지수는 횡보하지만 개별 종목 및 업종이 순환 상승하는 종목장세’를 예상했다. 나머지 5곳은 ‘반도체 대형주의 선 회복 후 타 업종으로의 온기 확산’을 예측했다. 반도체 쏠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곳은 한 곳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조정장을 거친 투자자들이 소외주에 눈을 돌리면서 ‘키 맞추기’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주 상승으로 원금이 회복되면 차익 실현에 나서는 매물이 늘고, 다른 업종으로 수요가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이미 시장에선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이달 KRX 업종별 지수를 보면 반도체 상승률(6.15%)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건설(21.59%), 에너지·화학(17.31%), 헬스케어(16.94%), 철강(15.73%) 등은 이를 뛰어넘었다.

◇넥스트 텐배거는 어디주도주 쏠림 이후 다른 종목으로 상승세가 퍼지는 장세는 과거에도 나타났다. 2005년 정보기술(IT)과 수출기업이 주도한 랠리는 중소형·내수·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 순환매로 이어지면서 지수가 1000을 돌파하는 등 상승 사이클이 연장됐다.

올 하반기 텐배거 종목은 어디에서 나올까. 전문가들은 ‘금융·증권’(5곳)과 ‘화장품’(5곳)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금융은 고금리 기조에 따른 실적 호조와 3차 상법 개정 이후 주주환원 확대 등이 투자 매력으로 꼽혔다. 화장품 역시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이어가며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조선(4곳), 전력기기(4곳), 바이오(3곳),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3곳)도 다수의 추천을 받았다. 구체적인 종목으론 삼성전자(4곳)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SK하이닉스(2곳), 에이피알(2곳)이 뒤를 이었다. KB금융, HD현대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올바이오파마 등도 언급됐다. 코스닥시장에선 엘앤씨바이오 알테오젠 등 제약·바이오,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등 로봇, 아이에스티이 원익QnC 고영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유망주로 꼽혔다.

다만 전문가 대다수는 ‘반도체 코어’ 전략은 유지할 것을 추천했다. 인공지능(AI) 사이클이 워낙 강력한 만큼 주도주가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아예 바뀐다기보다 주도주의 저변이 확장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반도체주 하락은 이익 훼손보다 밸류에이션 축소 때문”이라며 “투자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하반기 변수와 리스크도 존재한다. 금리 인상이 대표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재정 우려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실적 모멘텀이 없는 단기 추격 매수를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강진규/이선아/빈난새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