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30년전 믿음, 현실로…K라이프스타일 리더 되자"

입력 2026-08-17 18:13
수정 2026-08-18 00:29

“전 세계 사람들이 1년에 한두 번은 한국 영화를 보고, 한 달에 한두 번은 한국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한국 드라마를 보게 만들고 싶다.”

1995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던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꿈꿨던 장면이다. 다른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제조업에 투자할 때 그들은 미국 영화사 드림웍스에 베팅했다. ‘한류’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이지만 문화가 미래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일찌감치 뿌려놓은 씨앗 덕이었을까. 30여 년이 흐른 지금, CJ의 꿈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

이재현 회장은 “이제 콘텐츠·푸드·뷰티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는 새 포부를 밝혔다. 그룹은 각 사업 간 시너지를 강화해 2028년 북미 매출 1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북미 매출 8년간 10배 늘어17일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4~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K페스티벌 KCON(케이콘)과 올리브영 페스타를 찾아 “30년 전 ‘문화가 미래(산업)’라는 믿음에서 CJ의 문화 사업이 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5월 미국 주요 사업장을 돌며 북미 사업 전략을 점검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 페스타에서 ‘스킨 스캔(피부 진단)’ 체험 부스를 직접 살폈고, 최근 미국에 출시한 ‘비비고 김치 누들’을 시식한 뒤 “킥(더 강력한 맛)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CJ ENM의 글로벌 K팝 콘텐츠 플랫폼인 ‘엠넷플러스’ 부스에선 “미국 K팝 팬들은 무조건 엠넷플러스를 사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CON 콘서트도 이 부회장 등과 관람했다. CJ 측은 “영화, 음식, 드라마, 음악, 뷰티까지 한자리에 모인 KCON은 꿈만 같았던 비전을 실현한 공간”이라며 “문화 사업으로 뿌린 작은 씨앗이 ‘K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름의 열매로 완성된 것”이라고 했다.

CJ그룹은 오랫동안 글로벌 문화 사업에 공을 들였다. 특히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북미에 누적 9조7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1995년 드림웍스 투자, 2012년 KCON 개최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한 데 이어 DSC(2018년), 슈완스(2019년), 피프스시즌(2021년)을 잇달아 인수하며 식품·물류·뷰티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성과도 숫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CJ 북미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서며 2017년(약 8000억원) 대비 10배 이상(연평균 약 33%) 증가했다. 허민회 CJ 대표는 지난 15일 LA 간담회에서 “K웨이브 인기를 K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잇는 생태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뚜레쥬르, 1000개로 늘릴 것”CJ는 이날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2단계 성장 전략’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금까지는 현지화와 유통 기반 확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식품과 뷰티, 콘텐츠 등 각 사업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북미 매출을 지난해 기준 8조원에서 2028년 1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CJ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글로벌 K컬처 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30%는 K푸드와 K뷰티·K팝·K콘텐츠를 모두 경험한 ‘K올라운더’였다. 이 중 두 가지 이상 경험한 비율은 75%에 달했다. 김진식 CJ아메리카 대표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K푸드와 K뷰티의 습관적·반복적 소비로 확장하고, 이것이 다시 오프라인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에 205개 점포가 있는 뚜레쥬르 매장은 2030년까지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리브영도 올해 LA 두 곳에 매장을 낸 데 이어 2027년 상반기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총 5개의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