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종전 MOU 불신…미국과 확전 대비"

입력 2026-08-17 13:07

이란 강경파가 지난 6월 미국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신뢰하지 않고 미국과의 무력 충돌 확대에 대비해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및 중동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 강경파의 시각에서 종전 MOU는 더 큰 공격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이들은 대화에 기대를 거는 대신 지난 두 달간 확전 준비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는 정규군에 대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통제권을 확대하고, 이라크전 및 내부 진압 경험이 있는 베테랑 인사를 핵심 보직에 임명하고, 미사일 및 드론 생산을 가속하는 조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외교관들이 미국과의 평화 협상을 준비하는 동안, 은둔 중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확전에 대비해 안보 기구를 정비했다. 그 결과 이란 강경파 지도부는 신속하게 주도권을 잡고 선박을 공격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우회로로 사용되던 홍해까지 전장을 넓혔다. WSJ가 인용한 중동 정보 당국자들은 통신 감청 등을 통해 이란 강경파 지도부가 전쟁을 확대하고 미국의 전쟁 비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려는 전략적 변화의 증거를 포착했다.

IRGC는 MOU가 만들어낸 소강상태를 활용해 이들의 동맹군과 함께 필요시 공격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IRGC는 예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 사령관들을 보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과 공조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력 충돌을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확전 계획에는 페르시아만의 해저 통신 케이블 절단, 쿠웨이트·바레인 등 시아파 거주 국가 내 소요 사태 유발, 쿠웨이트 내 지상 작전 감행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란 연계 세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과 미군 기지 등을 잇달아 공격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선박을 타격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사르다르 모헤비 IRGC 대변인은 지난달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 기간을 최대한 활용했다"며 "역량을 강화하고 미사일 생산 속도를 높였으며 미사일 정밀도를 향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란의 대비 태세는 전쟁에 대한 미국과의 시각차를 극명히 보여주며, 양측이 조만간 전쟁을 끝낼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게 하는 극심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테헤란 소재 국방 전문가 모하마드 하산 상타라시는 "이란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은 더 큰 충돌에 앞서 전력을 약화하려는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살라미 전술'의 관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