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체중인데 "나는 비만"… 2030 '살 빼는 주사' 남용 경고등

입력 2026-08-17 11:05
수정 2026-08-17 11:18
국내 여성 중 정상 체중 10명 중 2명이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비만'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중 정상 체중 여성의 18.9%가 본인 체형을 비만으로 판단했다. 이는 동일한 체중 구간 남성이 자신을 비만으로 본 비율(4.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비만 전 단계(BMI 23~24.9) 여성의 경우에는 66.9%가 자신을 비만이라고 봤다.

연령별로는 20~39세 청년층에서 체형 인식 왜곡이 가장 도드라졌다. 해당 연령대에서는 정상 체중의 15.7%, 비만 전 단계의 54.8%가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응답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수치와 주관적 인식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미용 목적의 비만 치료제 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안전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국내 출시 후 10개월간 150만1161건 처방됐다. 이 가운데 절반을 넘어서는 52.9%(79만4781건)를 20~30대가 차지했다.


그러나 비만 치료제 오남용 안전장치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DUR을 통해 중복 처방이나 과다 용량 주의 등의 안전 경고가 의료진에게 전달됐음에도, 실제 처방 수정으로 이어진 비율은 위고비 2.8%, 마운자로 5.8%에 그쳤다.

의료계에서는 정상 체중군이 주사제를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영상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정상 체중이거나 연로하신 분들이 주사제를 쓰면 부작용이 비례해서 더 커진다"며 "영양 불균형으로 입원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연로하신 분들은 근감소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정상 체중일 때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아 의원은 "DUR 경고에도 94~97%가 그대로 처방된다면 오남용 예방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비만치료제 DUR 기준과 운영체계를 전면 점검해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만 치료제의 미용 목적 남용을 막기 위해 이들 약물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