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반도체 투톱이 등락을 번복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8월 투자전략으로 성장주와 가치·방어주를 동시에 담는 ‘바벨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적 모멘텀이 확실한 금융, 화장품, 산업재 등에 시선이 쏠린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발표된 국내외 증권사 10곳의 8월 주식전략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7곳이 반도체 외에 차선호 업종으로 금융을 추천했다. 최근 고금리 환경이 은행 등 금융주엔 수혜로 작용한다는 점이 근거다. 여기에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사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KB증권은 “신한지주 등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라며 “조정 국면에서도 견조한 실적 모멘텀을 유지한다”고 했다.
화장품과 음식료 업종도 각각 3곳의 추천을 받았다. 글로벌 K뷰티·푸드 인기에 힘입어 탄탄한 수출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화장품 수출액은 3억4100만달러(약 483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2.2%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고금리 국면에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며 화장품 업종을 제안했다.
전력기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도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주의 변동성은 낮추면서도 AI산업의 성장 수혜는 지속해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방위산업, 금융과 함께 산업재를 추천 업종으로 꼽았다. 하나증권도 반도체 비중을 유지하되 전력기기, 원전,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을 담을 것을 추천했다.
최근 반도체 투톱이 쉬어가면서 이들 업종의 수익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첫째주(3~7일) KRX 반도체 지수는 9.64% 하락했지만, 화장품·식품 등이 포함된 KRX 필수소비재 지수는 10.32% 상승했다. 같은 기간 KRX 은행 지수도 5.56%, KRX 300 산업재 지수는 5% 올랐다.
다만 ‘반도체주 매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대다수 증권사는 반도체주에 대해 여전히 비중 유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8월 한국 시장은 반도체 반등 여부가 중요하고, 반등이 지연될 경우 AI 데이터센터 등 유효 테마 주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