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0곳 중 4곳꼴로 시장 기대치를 10% 이상 상회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했다. 국내 증시가 극단적인 변동성 속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와중에도 상장사들의 탄탄한 기초 체력이 지수 하방을 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을 억누르는 대내외 악재가 잦아들면 증명된 실적을 바탕으로 강력한 반등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 4.5% 상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 중 증권가 추정치가 있는 280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13조2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203조8985억원을 4.58%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당 기업들이 거둔 52조5516억원과 비교하면 305.79% 급증한 이익규모다.
국내 증시의 향방을 쥐고 있는 반도체 투톱은 엇갈린 성적표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 급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를 4조6557억원 초과 달성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60조542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기대치를 4조1515억원 밑돌았다. 다만 이는 업황 훼손이 아니라 장기공급계약(LTA) 비중 상승에 따른 가격 반영 시차와 일회성 비용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자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LTA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이는 과거에 비해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은 높인 것으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프리미엄이 부여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조선·증권 ‘서프라이즈 파티’
이번 실적 시즌 또다른 긍정적인 대목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반도체 업종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80개 기업 중 163개가 컨센서스를 뛰어넘었고, 116곳이 추정치를 10% 이상 웃돌았다. 지금까지 실적을 낸 상장사 중 약 41%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셈이다.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5211억원 초과 달성했으며, 삼성SDI(2311억원) 한화오션(2026억원) 키움증권(1327억원) 등도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자, 배터리, 조선, 증권 등에서 서프라이즈가 터져 나오며 한국 증시의 저변이 한층 넓어졌음을 보여줬다.
상장사들의 탄탄한 이익 창출력은 3분기 역대급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끌어올리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은 257조8000억원으로 세 달 전 대비 무려 18.17%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예상 영업이익이 194조2024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비(非)반도체 상장사들의 3분기 이익 전망치 역시 석 달 전 60조4021억원에서 63조6776억원으로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증명된 이익 체력이 향후 지수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내적으로는 기업의 이익 펀더멘털 지표가 대외적으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진정이 시장 반등의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매출이 4년여 만에 최대치 증가하면서 시장은 인공지능(AI) 과잉투자 우려에서 벗어나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보는 정상화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지수는 호실적과 AI 수요를 토대로 저점을 높이며 전고점에 다가서는 작업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