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켰는데 왜 와이퍼가"…日외국인 렌터카 사고 급증 [도쿄나우]

입력 2026-08-17 07:01
수정 2026-08-17 07:21


"우회전 깜빡이 켰는데 왜 와이퍼가 움직이지…"

일본에서 처음 렌터카를 모는 외국인 관광객이 흔히 겪는 실수다. 일본 차량은 방향지시등 레버가 핸들 오른쪽, 와이퍼 레버가 왼쪽에 있는 경우가 많아 한국이나 미국·유럽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헷갈리기 쉽다. 좌측통행까지 더해지면서 교차로에서는 평소와 다른 운전 감각이 요구된다.

이런 혼란이 실제 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의 교통안전백서에 따르면 외국인 운전자가 렌터카를 몰다 낸 교통사고는 2025년 212건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08건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으로 보면 사고 건수는 4.5배로 늘었다.

특히 우회전 사고 비중이 높다. 2019~2023년 외국인 렌터카 사고 가운데 24%가 우회전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본인 운전자의 우회전 사고 비중은 9%로 외국인이 약 2.7배 높았다.

일본 정부는 우측통행 국가 출신 관광객이 일본의 좌측통행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렌터카 이용객이 가장 많은 나하공항과 두 번째로 많은 후쿠오카공항에서는 출국 외국인의 약 80%가 한국 등 우측통행 국가·지역 출신이다.

이에 일본 관광청은 조만간 방일 외국인의 렌터카 이용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2026회계연도 안에 결과를 정리해 안전한 이용을 위한 과제를 마련하고 렌터카 이용객의 주요 방문지 등도 파악할 계획이다.

국토교통성도 공항 주변 도로를 중심으로 사고 예방 대책을 강화한다. 공항에서 주요 관광지로 이어지는 교차로에 우회전 동선을 보여주는 컬러 포장을 설치하고, 렌터카 업체가 밀집한 지역에는 좌측통행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울 예정이다.

외국인 렌터카 이용 확대는 일본 정부의 지방 관광 활성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방일 관광객 6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호텔 공급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렌터카를 활용해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관광청 관계자는 “렌터카는 이동성이 높아 지금까지 관광객이 그냥 지나쳤던 지역으로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광객 증가와 비교하면 사고 증가율 자체는 크지 않다. 2025년 방일 관광객은 2019년보다 33% 늘어난 반면 외국인 렌터카 사고는 같은 기간 1%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좌측통행과 교차로 운전법 등 기본적인 교통규칙 안내를 강화할 방침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