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에 우편도 못 버틴다…日, 배달 축소 본격 검토

입력 2026-08-17 06:47
수정 2026-08-17 07:18


일본 정부가 인구 감소와 디지털화로 수요가 급감한 우편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한다. 주 5일 이상인 배달 횟수를 줄이거나 우편물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우편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전문가회의를 조만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일본우편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해온 우편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성립한 개정 우정민영화법은 공포 후 2년을 목표로 우편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027년 여름 결론을 내고 2028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핵심 쟁점은 배달서비스 축소다. 현행 우편법 등에 따르면 일본우편은 전국에서 주 5일 이상 우편물을 배달해야 한다. 우편물을 접수한 뒤에는 지역과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4일 이내에 개별 주소까지 배송해야 한다.

하지만 우편 이용 감소 속도가 가파르다. 일본의 2025년도 우편물 취급량은 117억통으로 정점을 찍었던 2001년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일본우편의 인건비는 약 1조3000억엔에 달한다. 도서·산간·과소지역에서는 적은 물량을 배달하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채산성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일본우정 경영진도 서비스 수준 조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네기시 가즈유키 일본우정 사장은 지난 5월 “서비스 수준이 지금과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은 상당히 어렵다”며 정부에 논의를 요청했다.

일본은 이미 2021년 우편서비스를 한 차례 축소했다. 토요일 배달을 폐지했고, 우편물을 보낸 뒤 도착할 때까지의 기준도 하루 늘려 최대 4일로 조정했다. 추가 축소가 이뤄질 경우 이용자 불편이 커져 오히려 우편 수요 감소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체국 창구 운영도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우편은 2028년도까지 1만개 우체국에서 점심시간 영업 중단을 도입하고, 150개 우체국은 반일 영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재정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개정된 우정민영화법에 따라 우체국망 유지에 연간 약 650억엔의 국비가 투입된다. 우편요금 역시 일본우편이 이전보다 쉽게 인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문제는 우체국이 단순한 우편시설을 넘어 지방의 공공 인프라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철수한 행정서비스를 우체국이 대신 맡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가 직면한 과제는 적자가 늘어나는 우편서비스를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온 원칙을 지킬 것인지, 인구 감소에 맞춰 서비스 수준을 낮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우편 개혁이 ‘축소하는 일본’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