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업체 에이피알을 세운 김병훈 대표(사진·37)가 에이피알을 “시가총액 100조 원 규모 회사로 키워내겠다”고 공언했다. 에이피알은 2024년 2월 상장 후 약 1년 반 만에 화장품주 시총 1위에 올라선 기업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포부를 밝혔다.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순자산은 약 27억달러(약 3조 8000억 원)다. 에이피알은 미 경제 전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는 등 현지 산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성과를 내기까지는 보통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에이피알의 경우 회사 설립 후 상장까지 10년이 걸렸다”며 “그 여정 동안 어쩔 수 없이 예상치 못한 위기와 마주하게 되는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루틴이 만들면 인생의 중심을 잡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매일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트레드밀에서 20분간 달리는 ‘모닝 루틴’을 소개하면서다.
올해 3월 에이피알의 뷰티 기기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이 새롭게 출시한 ‘부스터 프로 X2’를 매일 사용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아침에 ‘더마샷’(탄력 관리) 모드로 사용하면 붓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날엔 ‘마스크팩’ 모드로 수분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잠들기 전에는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으로 스킨케어를 마무리한다고 한다.
점심에도 매일 같은 메뉴를 먹는다. 토마토와 양배추, 브로콜리 등으로 만든 ‘마녀수프’다. 김 대표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도 낮은 데도 맛도 좋은 요리”라며 “매일 같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루틴을 최우선시하는 그는 여행도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일에 있어선 통념을 깨는 혁신을 추구해 왔다. 김 대표는 ‘제로투원’(Zero to one),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언번들링 디 엔터프라이즈’(Unbundling the enterprise) 등 경영 서적을 추천하며 “업계의 정해진 규칙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는 게 책에서 얻은 교훈이었다”고 했다. 이어 “에이피알은 한국에선 시도되지 않았던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개척했고, 이 D2C 접근법으로 유통 혁신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일종의 도전이었다. 김 대표는 메디큐브 에이지알이 2021년 1호 제품으로 ‘더마 EMS 샷’을 내놨을 당시를 회고하며 “에이피알이 디바이스같은 고가의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매우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이 제품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600만 개가 팔려나갔고, 에이피알은 디바이스 사업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제품 개발과 유통 채널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에이피알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들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연 매출 3조 원 달성 가능성이 점쳐진다. 상반기 매출은 1조 3609억 원으로, 작년 연 매출(1조 5273억 원)에 육박한다. 북미 지역에서의 유통망 확대, 유럽 시장 진출 본격화 등에 힘입어 해외 매출이 178% 급증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은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며 “제품·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유통망 확대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