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보다 연봉 높은 은행장…금융권 CEO '보수 역전'

입력 2026-08-16 17:58
올해 상반기 금융권에서 은행장이나 계열사 대표가 금융지주 회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보수 역전’이 잇따랐다. 기본급보다 과거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장기성과급과 주식연계보상이 전체 보수 규모를 좌우하면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 상반기 12억8300만원을 받아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보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정진완 우리은행장(8억2900만원), 이호성 하나은행장(7억9100만원), 이환주 국민은행장(5억4800만원) 순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 행장의 보수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9억3800만원)보다 3억4500만원 많은 점이다. 기본급과 상여금은 진 회장이 더 많았지만, 정 행장이 장기성과급으로 8억7300만원 상당의 주식보상을 받으면서 전체 규모가 뒤집혔다. 성과연동형 주식보상이란 목표로 정한 성과를 달성하면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보상 체계다.

우리금융도 비슷한 이유로 임종룡 회장(8억1500만원)보다 정진완 행장의 보수가 더 많았다. 정진완 행장은 올 상반기 성과연동형 주식기준 보상으로 1억8500만원을 받은 데 비해 임 회장은 별도 보상을 받지 않았다.

계열사 대표가 지주 회장을 크게 앞지른 경우도 있다.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는 상반기 12억1500만원을 받아 양종희 KB금융 회장(6억5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보수를 챙겼다. 구 대표에게 지급된 장·단기성과급만 10억4800만원에 이른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서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19억92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함 회장은 과거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연동주식보상으로 10억200만원을 받았다. 과거 수년간 쌓인 성과가 올해 보수액을 좌우한 것이다.

지방금융지주까지 범위를 넓히면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29억4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 회장의 보수를 끌어올린 것은 22억4300만원에 달하는 주가연계현금보상(팬텀스톡)이다. 팬텀스톡은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대신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 오너 경영인도 상반기에만 수십억원을 챙겼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급여 5억원과 상여금 14억8300만원 등 총 19억9900만원을 수령했다.

현대해상 오너인 정몽윤 회장도 상여금 11억8400만원을 포함해 총 18억3000만원을 받았다. 카드업계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이 두 회사에서 총 32억5100만원을 받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