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불추진을 명확히 밝히면 야당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4년 중임·연임제 개헌과 임기 단축 가능성을 거론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선 불출마'를 먼저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김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여야가 진정성 있게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불추진을 명확히 밝히면 야당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달 초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했다. 그는 지난 13일 연합뉴스를 통해 당시 자신이 분권형 개헌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4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 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두고도 "대통령과 골프 한 번이 정치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는 될 수 있다"며 "정치는 협치할 것은 협치하고 견제할 것은 단호히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치가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면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면 저는 누구와도 대화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현행 대통령제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87년 체제를 넘어야 한다"며 "여야 모두 제왕적 대통령을 서로 배출하려고 5년 내내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그 가운데 국민과 민생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나누고 책임을 명확히 하는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 개헌에 따른 임기상 이익을 얻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 의원은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려면 '이번 개헌으로 어떠한 임기상의 이익도 얻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언하는 게 개헌의 진정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양수 의원은 "'권력 분점'이니 뭐니, 포장지를 씌워봐야 본질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고 권력을 연장하려는 '맞춤형 헌법 개악 쇼'일 뿐"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털끝만 한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대선 불출마'와 '당당한 법정 출석'부터 국민 앞에 선언하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대통령 재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진정성 없는 거짓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개헌은 정권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국가의 미래를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4년 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이 대통령 본인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부터 대통령이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고 꼬집엇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통령과 민주당이 '연임은 절대 없다. 공소 취소도 절대 없다. 임기 중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고 임기 후 국법에 따라 재판받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야당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