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타월 갖다 버렸어요"…갑자기 '졸업 선언' 뜻밖의 이유 [도쿄나우]

입력 2026-08-16 11:22
수정 2026-08-16 11:28


고물가와 좁은 집, 세탁 부담이 맞물리면서 일본에서는 목욕타월의 크기까지 줄이는 ‘절약형 생활’이 확산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대형 배스타월 대신 폭이 절반가량 작은 수건을 쓰는 사람이 늘면서 일본인 3명 중 1명은 배스타월을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주거공간과 세탁 부담, 맞벌이 증가에 따른 실내 건조 확산까지 겹치면서 ‘배스타월 캔슬’이 새로운 생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16일 닛케이MJ가 전국 남녀 5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배스타월을 “현재도 쓰지만 사용 빈도가 줄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원래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27.2%였다. 사실상 일본인 3명 중 1명꼴로 배스타월에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성의 이탈이 특히 두드러졌다. 여성의 ‘배스타월 캔슬’ 비율은 32.1%로 남성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60대 여성은 40.0%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일본 유통업체에서는 ‘배스타월 졸업 선언’, ‘배스타월 그만 쓰지 않으실래요?’ 같은 이름을 붙인 소형 수건이 인기다. 일반적인 배스타월은 폭이 약 60㎝인 데 비해 이들 제품은 폭 30~40㎝, 길이 100~120㎝ 정도다. 옷걸이에 걸어 말릴 수 있으면서도 몸 전체를 닦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도쿄 시부야 로프트에서는 이런 소형 수건만 55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미 수건 코너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상품인 혼다타월과 오보로타월의 ‘배스타월 졸업 선언’은 2018년 출시 이후 누적 550만장 이상 판매됐다. 마루나카의 ‘#배스타월 그만뒀습니다’는 누적 판매량이 1000만장을 넘어 회사 전체 수건 판매의 30%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으로 성장했다.

고물가도 이런 흐름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의 수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5년 111.8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 배스타월 평균 가격은 2200~2500엔 수준이지만 소형 대체 수건은 900~1400엔대로 절반 안팎에 불과하다. 같은 재질이라면 면적이 작을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작은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탁 부담도 큰 이유다. 조사에서 소형 수건 사용의 장점으로 ‘빨래를 널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응답이 47.6%로 가장 많았고 ‘세탁이 편해졌다’가 44.8%로 뒤를 이었다.

일본 특유의 좁은 주거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빨래를 널 장소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27.6%였다. 로프트에 따르면 좁은 주택이 많은 도심 매장일수록 소형 수건의 판매가 좋은 편이다.

맞벌이 증가와 실내 건조 확산도 배스타월 사용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세키스이하우스 조사에서는 30~40대의 약 절반이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풀타임 맞벌이 가구의 47.6%는 맑은 날에도 실내 건조를 이용했다.

배스타월을 쓰지 않는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배스타월을 거의 쓰지 않거나 사용을 중단한 사람 가운데 75.9%가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 또는 ‘다소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본 수건업계로서는 대형 배스타월 수요 감소가 부담이지만 소비자의 생활방식 변화에 맞춰 소형 제품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