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전 세계 사람들이 매년 1~2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한 달에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한 주에 1~2편씩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를 듣게 하는 게 우리의 비전이며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허민회 CJ 대표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힐튼 글렌데일에서 진행된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비전' 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한 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미국인들의 일상이 됐다. CJ는 30년 이상 미국 시장에 지속 투자해왔고 현지 기업 인수를 하며 식품, 콘텐츠, 뷰티 분야에 독보적 포트폴리오를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K웨이브(한류)를 뛰어넘어 K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잇는 생태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KCON과 올리브영 페스타 일정에 맞춰 이재현 CJ 회장도 미국을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미국에서 이기지 않으면 글로벌이 안 되는 구조"라며 "그 비전 아래에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런 방문이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미국 시장에 대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 5월 올리브영 미국 매장 오픈에 이어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14일 행사장을 찾은 이 회장은 미국의 젊은 세대가 K콘텐츠와 푸드, K뷰티를 일상으로 즐기는 'K라이프스타일'의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30년 전 '문화가 미래(산업)'라는 믿음에서 CJ 문화 사업이 출발했듯 이제 콘텐츠, 뷰티, 푸드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왜 미국 시장인가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자 글로벌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전략 거점이다. 글로벌 GDP의 약 26%, 글로벌 가계소비의 약 31%를 차지하며 식품과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라이프스타일 소비 규모 역시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CJ는 꾸준한 미국 시장 투자를 이어가면서 올해 6월 기준 누적 투자액은 9조7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7년 8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8조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33%에 달하는 셈이다. 현재는 미국 33개 주에서 식품, 바이오, 물류, 콘텐츠, 뷰티 등 전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J는 식품과 콘텐츠, 뷰티 시너지로 2028년까지 북미 매출 12조원을 목표로 한다.
CJ 측은 K컬처에 열광하는 주체가 미국의 젊은 세대인 잘파세대라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태어난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한 잘파세대는 문화 수용성이 높고 트렌드 확산이 빠르다. 이들을 중심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콘텐츠 경험을 넘어 식품과 뷰티 등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K팝과 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에 대한 호감이 한국 음식과 뷰티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며 일상적인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CJ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외연을 넓히고, 접점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진식 CJ아메리카 대표는 "K라이프스타일이 미국 소비자에게 한층 더 가까이 와 있다. 이 기회를 우리가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한식과 K콘텐츠, K팝과 K뷰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J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글로벌 K컬처 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1000명 중 30%가 K푸드, K뷰티, K팝, K콘텐츠 등 K카테고리 전반을 모두 구매, 소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개 이상 구매, 소비한 응답자가 전체의 75%에 달했으며 실제 구매, 소비 비율(경험도) 역시 전년보다 각각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CJ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2단계 성장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브랜드별 현지화와 생산과 유통 기반 확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식품과 콘텐츠, 뷰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소비자가 지속해서 경험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대표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K푸드와 K뷰티의 습관적, 반복적 소비로 확장하고 이것이 다시 오프라인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그룹 사업 간 공동 브랜드 마케팅과 사업 모델 협업을 확대하고 KCON과 비비고, 올리브영 등 소비자 접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단계 현지화 기반 성장 넘어 2단계로CJ는 1995년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2012년 KCON 개최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18년 DSC, 2019년 슈완스, 2021년 피프스시즌 인수 등을 통해 식품, 물류, 뷰티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현지화와 사업 안착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5월 패서디나 1호점을 오픈한 올리브영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5개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은 아시안 식품 카테고리에서 확보한 비비고를 앞세워 미국 주류 식품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생산 인프라와 유통망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냉동식품에서 입증한 성공 방정식을 상온 보관 제품으로 확장해 비비고를 대표적인 글로벌 K푸드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페데리코 아레올라 CJ슈완스 아시안식품 BU장은 "(미국의) 다양한 식탁에 한국을 기반으로 한 음식이 오르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레올라 BU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식품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CJ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인기 식품 순위에 지속해서 올라왔는데, 계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미국 소비자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비고의 북미 성과는 K푸드가 미국 소비자의 일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만두에 이어 햇반과 치킨, 김스낵, 김치, K소스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적극 육성해 비비고를 세계 어느 식탁에서나 즐기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했다.
미국 소비자가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접점도 지속해서 확대한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 LA 2026'은 K팝을 중심으로 K푸드와 K뷰티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K라이프스타일 축제다. 한국 콘텐츠에서 출발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를 확인해왔던 만큼 KCON을 통해 이를 확장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미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올리브영 페스타' 역시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올리브영 페스타'를 통해 K뷰티 브랜드를 직접 만나는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미국에 동반 진출한 중소·인디 브랜드가 현지 고객과 접점을 넓히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이은정 CJ올리브영 브랜드크리에이티브센터장은 "올리브영 페스타는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에 발맞춰 K뷰티 알리는 핵심 행사"라며 "K뷰티의 글로벌 저변을 넓혀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K뷰티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콘셉트로 놀이처럼 즐기고 몰입하는 지상 최대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올리브영과 협력사가 함께 호흡하며 상생과 축제의 장이다. 올리브영에게는 문화적 경험을 전파하고, 협력사는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