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작가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연일 비판하며 앞으로 자신의 작품 캐스팅에 적극 관여해 독립운동가 후손 배우들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 작가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최불암 선생님의 아버님은 독립운동가 최철 선생님"이라며 "명문 가문의 자손답게 최불암 선생님께서는 안방극장의 '국민 아버지'로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함께해 오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최불암의 마지막 드라마 출연작이 자신이 직접 캐스팅에 관여한 작품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가 극본을 쓰거나 캐스팅에 관여하면 마치 남의 꿈과 밥그릇을 빼앗는 것 같은 죄책감이 있었다"며 그간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앞으로는 캐스팅에 조금 관여해 볼까 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위대한 가문의 후손들이 배우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라와 사회가 독립투사의 자손들을 빛나게 해 줄 수 없다면, 제 미천한 글이나마 그분들을 빛나게 해 드려야겠다"고 밝혔다.
소 작가는 "이렇게라도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흥하고 존경받는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변화에 펜을 쥔 자로서 앞장서고 싶다"며 "독립투사 후손들에 대한 당연한 예우와 존경은 친일파 후손들과 반드시 차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흐릿해진 역사에 적응된 이들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저는 앞으로 제 작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겸손한 척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 작가는 지난 10일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을 언급하며 "이제 친일 행적을 가진 조상조차 자랑거리인 세상이 됐다. 살다 살다 친일파 조상 자랑질까지 보게 되다니"라며 "만약 역사가 친일을 처단했다면 후손이 저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었을까"라고 비판했다.
11일에는 취재차 방문했던 소록도를 언급하며 "그리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조상을 두셨다면 소록도에 가보시라. 그곳에서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이 행한 비극의 역사를 마주해 보시라"며 "당신의 세 치 혀가 얼마나 귀하디귀한 희생과 억울하고 원통한 역사를 보잘것없게 만들었는지를 꼭 두 눈과 귀로 확인하시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증조부가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고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며 4대째 의사 집안임을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는 하영의 증조부가 근대 의사 안상호라는 주장과 함께 일제강점기 행적이 거론됐다.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안상호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기록과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등장한 내용 등이 논란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증조부가 안상호임을 인정하면서도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 뒤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 기록의 실재를 확인했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했다. 소속사는 "의도치 않게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배우 본인은 마음이 매우 무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논란은 하영의 조부인 안부호 교수가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으로도 번졌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를 강제 격리했던 곳으로, 강제 단종·낙태 등 인권침해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자료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안 교수의 구체적인 근무 시기나 업무가 일제강점기 인권침해와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