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세척 후 손 소독제, 여기에 공기압 세척까지 마친 후에야 입성할 수 있었던 공장에서는 만두와 볶음밥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쪽에선 분주하게 재료 준비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장 자동화 설비로 만두 반죽이 이뤄졌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레일 위에 차례로 볶음밥이 올라가 급속 냉원냉각이 이뤄지고 있었다.
원재료 가공부터 제품 포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60분. 이곳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힙'하다는 평가를 받는 각양각색 K푸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4만1249㎡ 규모 공장에서 50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에 만드는 만두의 양만 160t(톤). CJ제일제당 북미지역 진출 핵심으로 꼽히는 보몬트 공장은 높아지는 K푸드의 인기 만큼 지난 14일(현지시간)에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건강하다"…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K-푸드'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아내이자 세계적 인권 변호사인 아말 클루니는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해조류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먹는다. 클루니 부부는 2013년부터 개인 셰프를 고용해 식단 관리를 해왔는데, 최근에 건강을 위해 한국식으로 식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명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꾸준히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식 건강 식단을 올려 주목받아왔다. 2021년 팬데믹 시기 코로나19에 걸렸던 기네스 팰트로는 "김치와 채식으로 건강을 관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미국 현지에서 한식은 가장 '힙한 음식'으로 통한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 문화의 인기가 높아진 것과 더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 '먹방'이 인기를 모은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웰니스 트렌드와 더불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물론 채소까지 겸비한 한국식 식단이 건강식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몬트시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보몬트 공장은 이러한 K푸드 열풍의 중심에 있다. 멜리사 톰슨-트루프 CJ제일제당 자회사 CJ슈완스 아시아식품 제조 담당자는 "미국인들이 어딜 가더라도 우리의 음식을 만나는 게 목표"며 "식료품과 마트 등 유통 매장뿐 아니라 학교와 레스토랑 등의 푸드 서비스도 집중해 유의미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9년 문을 연 보몬트 공장에서는 비비고 만두와 볶음밥, 소스, 라면과 비빔면, 김 등을 제조하고 있다. 1년에 2000만파운드(약 6만t)의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만두다. 총 8개의 설비 라인 중 절반인 4개가 만두 시설이다.
CJ제일제당은 2005년 미국 식품기업 애니천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옴니, 2013년 TMI, 2019년 카히키 등을 차례로 품으며 미국을 전략 시장으로 공략해왔다. 특히 2019년 현지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전역에 갖춘 물류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비비고 브랜드는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내 주요 유통 채널을 포함해 8만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에서 20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톰슨 트루프 담당은 "미국 전역의 CJ 시설 중 가장 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현지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한국 음식을 기본 틀로 현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변화를 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CJ제일제당 미국 법인은 현지 만두 연구개발(R&D) 팀을 운영하며 현지인 입맛과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보몬트 공장에서 만든 가장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치킨&실란트로(고수) 만두'다. 비비고 만두는 2024년 연간 기준 미국 B2C 만두 시장 점유율 41%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치킨 고수 만두는 돼지고기와 부추를 이용하는 한국식 만두와 달리 보다 대중적인 재료로 만들어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틱톡 등 SNS 플랫폼에서 한국의 만두는 알파벳 표기 그대로 'MANDU'로 소개되며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만두는 얇고 촉촉한 피에 원물감이 풍부한 만두소로 건강식으로 포지셔닝돼 중국, 일본의 만두와 차별화했다.
김 역시 '스낵'으로 분류돼 판매 중이다. 미국에서 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영양 간식으로 꼽힌다. 10여년 전 미국 배우 휴 잭맨의 딸이 길거리에서 도시락김을 간식으로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고, 2021년 미국의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도 자신의 SNS에 김을 스낵으로 즐기는 모습을 공유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쌀밥에 싸 먹는 반찬, 곁들이는 음식이 아닌 식재료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보몬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은 이에 맞춰 한국의 도시락김보다 바삭하고 두꺼운 식감을 살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우리와 식문화가 다르다 보니 같은 재료, 같은 음식도 다른 방식으로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식과 현지식의 '투트랙 전략'으로 북미 지역 매출은 뚜렷한 성장세다. 2020년 기준 CJ제일제당 해외 전체 매출 4조1297억원 중 80.6%에 해당하는 3조3286억원이 미국 지역에서 나왔다. 2022년에는 미국 매출 4조원을 돌파했고, 올해엔 1분기에만 1조2902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5조원 시대를 엿볼 수 있게 됐다.
톰슨 트루프 담당은 "우리가 항상 생각하는 건 한국 음식에 진심을 담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현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중요한 건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식품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보몬트(미국)=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