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성 광복군’으로 불린 고(故) 오희옥 애국지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들어선다. 반도체 산업단지 개발로 오 지사의 고향집이 철거된 지 약 4년 만이다. 용인특례시는 이곳을 단순한 추모시설이 아니라, 3대에 걸쳐 독립운동에 뛰어든 오 지사 일가의 항일 역사를 전하는 교육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14일 용인특례시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처인구 원삼면에 원삼문화복합시설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 사업으로,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1층, 연면적 2371㎡ 규모로 지어지며 2027년 7월 준공할 예정이다.
지상 1층에는 102㎡ 규모로 오희옥 지사 기념관이 조성돼 독립운동 자료와 3대에 걸친 가족의 기록을 전시하고, 지하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다목적 공간을 마련해 특별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용인특례시는 전시시설에 약 20억원을 추가 투입해 이르면 2027년 12월 문을 열 계획이다.
기념관 건립에는 사연이 있다. 오 지사는 생전 “고향 용인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지역사회가 성금을 모으고 종중이 땅을 내놓아 2018년 3월 ‘독립유공자의 집’을 지어줬다. 하지만 이 부지가 반도체클러스터에 포함되면서 집은 2023년 4월 철거됐다. 다른 곳에 다시 짓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오 지사가 2024년 11월 98세로 별세하면서 계획은 중단됐고, 시는 대신 기념관을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오 지사 일가는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보기 드문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조부 오인수 의병장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용인·죽산·안성 등에서 의병부대 중군장으로 활동하다가 체포됐다. 부친 오광선 장군은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교관으로 활동했으며, 1920년 청산리전투에 서로군정서 장교로 참여해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모친 정현숙 지사는 남편을 따라 만주로 망명해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독립군과 임시정부 가족을 40여 년간 뒷바라지했다. 언니 오희영 지사도 1939년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이어 1940년 창설된 광복군 제3지대에서 활동하며 일본군 점령지역을 오갔고,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오희옥 지사 역시 1939년 중국 류저우에서 청년공작대에 들어가 일본군 정보를 수집하는 등 공작활동을 벌였고,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광복 후에는 원삼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에게 독립운동사를 알렸다.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서면서 독립운동가의 집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는 한 가족이 3대에 걸쳐 지켜낸 독립운동의 기록이 남게 됐다.
용인=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