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넘는데 줄서서 사먹는다…대박 난 '케이크' 뭐길래 [현장+]

입력 2026-08-16 09:00
수정 2026-08-16 09:46

2021년 510억원에서 지난해 1946억원. 뚜레쥬르를 통해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CJ푸드빌이 거둔 성적표다. CJ푸드빌은 2004년 미국에서 첫 매장을 연 이후 지난 6월까지 북미 지역에 205개 점포를 운영하며 K베이커리를 알리고 있다.

미국 법인은 2018년부터 8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는 가운데 2023년부터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이러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 비결을 "완벽한 한국화"라고 소개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하브라시 뚜레쥬르 라하브라점에서 진행된 현장 브리핑에서 안승준 CJ푸드빌 글로벌사업본부장 겸 미국법인장은 "이 매장은 한국 압구정점 등에서 적용 중인 '4.0 버전 아이덴티티'를 미국 매장에 최초 적용한 사례"라며 "한국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매장 진열과 라인업 구성은 국내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뚜레쥬르의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깨찰빵과 진한우유 크림빵, 꽈배기, 단팥빵과 소금빵 등이 진열돼 있었다. 음료 역시 아메리카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행하는 우베라떼까지 판매하며 한국형 베이커리 카페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지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각양각색이었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가 한국 스타일로 자신이 먹고 싶은 빵을 접시에 직접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K베이커리는 화려한 디자인, 다양한 종류의 빵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잡았다. 뚜레쥬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군 역시 '클라우드 케이크(Cloud cake)'라고 불리는 생크림 케이크였다. 부드럽고 고소한 생크림의 식감과 절제된 단맛, 여기에 싱싱한 과일을 더하며 현지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해당 케이크들은 매장에서 30~40달러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현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버터케이크의 경우 코스트코 등 마트에서 10달러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안 본부장은 "이곳 사람들은 한국의 생크림 케이크를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인식하며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며 현지 마트에서 흔하게 접하는 버터케이크와 뚜레쥬르 생크림 케이크의 맛과 질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몇몇 품목만 취급하는 미국 현지 베이커리와 차별화해 '이른 아침부터 만날 수 있는 다품목의 갓 구워낸 빵'이라는 콘셉트 역시 한국식 빵집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토탈 베이커리' 콘셉트가 익숙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구성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러한 다제품 전략이 미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불고 있는 K베이커리의 인기는 K콘텐츠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층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라하브라점의 경우 주변 인구 구성의 절반 이상이 라틴계다. 백인은 25%, 아시안이 10% 정도 비중으로 과거 K콘텐츠와 K베이커리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안 본부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뚜레쥬르가 '코리안 프렌치 베이커리'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임을 적극 강조하지 않아도 이를 자연스럽게 인지하는 비율이 자체 조사에서 72%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뚜레쥬르에서 판매하는 김치 고로케는 미국 소비자에 익숙한 튀김 기반에 김치라는 한국적 터치가 가미된 바삭한 스낵으로 인식되면서 미국 리뷰 사이트 등에서도 추천 메뉴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미국에서 흔치 않은 팥앙금 풍미를 경험할 수 있는 단팥빵,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 중 하나인 꽈배기도넛 등도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CJ푸드빌 측은 '현지화'가 아닌 '한국화'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인 입맛에 맞춰 빵 맛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닌, 현지에서 조달하는 밀가루 등 원료가 달라져도 한국과 동일한 맛을 구현하는 기술이 포인트라고 했다.

실제로 CJ푸드빌은 지난해 말 미국 조지아주 게인스빌 지역에 약 9만㎡ 규모로 냉동 생지와 케이크 등 연간 1억개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자동화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 내 90% 이상이 가맹사업으로 운영되고 있고, 2개점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가맹점 비중도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 동부와 중부, 서부 지역뿐 아니라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으로 출점 속도 역시 빨라지는 모습이다.

한국의 인기 제품들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한국 뚜레쥬르 본점인 CJ제일제당센터점에서 판매하는 독특한 식감의 과일 모양 프리미엄 케이크 '아그작' 시리즈 역시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안 본부장은 "아그작도 한국에서 판매 중인 것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며 "K베이커리는 섬세하고 창의적이다. 이 부분으로 차별화하는 게 저희에겐 경쟁력이 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라하브라(미국)=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