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노래 가사에 '오지랖 곱빼기'…박진영도 믿고 맡겼다 [김수영의 디깅메이트]

입력 2026-08-16 22:00


"내비둬 그래도 찾아먹지 울 식성대로 / 오지랖 곱빼기 빼줘 요청란에 써놨어 / 잘 봐줘 나왔어 / 우리가 나왔어"

지난 7일 발매된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신곡 '디스 앤드 댓(THIS & THAT)'의 가사 일부입니다. "이것저것 다 해낸다"는 팀의 자신감을 담은 이 곡은 낮고 묵직한 힙합 비트 위 타이트하게 쏟아지는 멤버들의 랩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가사인데요. 스트레이 키즈는 해외 음악 시장에서 방탄소년단(BTS)과 쌍벽을 이루는 K팝 보이그룹입니다. 지난해 35개 지역에서 56회 규모의 월드투어를 진행해 빌보드 연말 차트 '톱 투어 2025'에서 K팝 최고 순위인 10위를 기록했습니다.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8개 앨범을 연속으로 1위에 올린 유일한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해외 팬층이 두꺼운 팀이지만, 이들의 곡에는 매번 독특한 날 것의 한국어가 들어갑니다. 신곡 '디스 앤드 댓' 속 '오지랖 곱빼기'라는 단어 역시 재치 있는 스트레이 키즈의 표현법 중 하나입니다.

이전 발표곡 '특'에서는 "여긴 서울특별시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지"라는 자신감 넘치는 노랫말로 시작해 "빛날 광에 사람 인 그게 바로 우리 소개말"이라고 기세 넘치게 말했습니다. '소리꾼'이라는 곡에서는 "나무꾼은 어서 돌아가시오 여긴 나무랄 데가 없네"라고 놀라운 수준의 언어유희를 보여줬습니다.

이들 음악의 기저에는 자신감과 거침없는 에너지가 깔려 있습니다. 신곡에서도 "더 보여줄 거 없냐는 너에게 이것저것 다"라고 말하죠. 절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닙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데뷔 때부터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온 '자체 제작' 팀입니다. 멤버 방찬·창빈·한으로 구성된 팀 내 프로듀싱팀 쓰리라차(3RACHA)가 전곡을 작업합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곡도 현재 이들에게는 강한 자신감으로 연결됩니다.



태생부터 일반적인 아이돌 시스템과 달랐습니다.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팀 구성과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가는 방식과 달리,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는 방찬에게 멤버를 직접 짜도록 지시했습니다. 아이돌 연습생에게 팀의 콘셉트를 정하고 멤버까지 꾸릴 수 있도록 전권을 준 것입니다. 강한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회사 입장에서도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권한을 부여받은 방찬은 멤버들을 뽑은 뒤 같이 연습하고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담금질한 끝에 준비가 끝났다며 회사에 선보인 게 바로 스트레이 키즈였습니다. 박진영은 한 방송에서 "그때 JYP가 제작한 걸그룹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최종 대결에서 이겨 먼저 데뷔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체 제작돌'을 넘어 '자생돌'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배경입니다.

2018년 스트레이 키즈는 마침내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강렬하고 거친 힙합, EDM 사운드를 주로 쓰던 이들은 일반적인 아이돌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가사 역시 저돌적이었죠.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은 '마라맛'으로 불렸습니다. 그만큼 실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줏대 있게 자신들의 음악을 해나갔습니다. 해외 진출 전략에 맞춰 음악 색깔이 일부 변화하는 추세지만, 스트레이 키즈는 음악의 큰 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운드와 장르를 시도하며 도전을 거듭하면서도 팀의 정체성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창빈은 "앞으로도 고집 있고, 줏대 있는 음악을 하겠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음악적 자부심의 원천으로 쓰리라차의 프로듀싱을 꼽습니다. 단순히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곡 전반을 만들고 앨범까지 프로듀싱하는 겁니다. 지난 14일 기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방찬의 저작물 건수는 무려 239곡입니다. 신보 저작물까지 더해지면 240곡을 넘기게 됩니다. 이는 K팝 아이돌 중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창빈은 203곡, 한은 201곡이 등록돼 있습니다.

다른 아이돌의 경우 방탄소년단 RM 238곡, 데이식스 영케이 219곡, 세븐틴 우지 205곡, 방탄소년단 슈가 174곡, 아이들 전소연 102곡 등이 등록돼 있습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아내는 것에 거침이 없는데요. 이번 '디스 앤드 댓' 뮤직비디오에는 한국의 버스터미널, 아파트 단지, 예스러운 가정집 내부 등이 등장해 반가움을 안깁니다.

'한국 DNA'를 품은 이들은 '빌보드 200' 9연속 1위를 정조준합니다. 앞서 '빌보드 200' 차트 역사상 최초로 8연속 정상 진입 기록을 쓴 데 이어 '9연속 1위'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집니다. 초동(발매 첫 주 동안의 판매량)이 300만장을 돌파했고, 곧 발표될 '빌보드 200'의 유력한 1위 후보로 거론됩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박진영의 오랜 꿈인 미국에서의 성공을 이뤄준 기특한 팀입니다. 박진영은 그런 멤버들에게 1명당 금 20돈(75g)을 선물하며 기쁜 마음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번 컴백을 두고는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스키즈 너무 잘 한다"며 강한 믿음을 보였습니다.

스트레이 키즈가 직접 만든 앨범으로 또 한 번 큰일을 내기 전에 신보의 전곡을 들어보시면, 이들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앨범에는 힙합 외에도 시원한 느낌의 록, 일렉트로니카, 감각적인 알앤비 무드까지 다채롭게 담겼습니다.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전한 선택지도 있겠지만, 저희는 앨범을 만들 때 항상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걸 합니다. 그게 더 재미있어요. 도전하면서 걸어가는 길 안에서 분명히 힘들기도 하고 변수도 있겠지만, 배우는 게 많습니다. 매번 똑같은 걸 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음악·공연·영상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즐거움을 주는 시대. 숨은 이야기를 알면 더 보이고, 더 들립니다. 당신의 취향을 찾을 때까지 같이 깊게 파고드는 '디깅메이트'가 되어드리겠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