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밑돌자 이에 대한 증권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해상 운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낙관론과 장기적인 선복(화물을 실을 선박 내 공간)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가 맞서는 모양새다.단기 실적 모멘텀 vs 중장기 공급 과잉 우려 ‘팽팽’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HMM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만3600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LS증권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3개월 넘게 업데이트하지 않던 목표주가를 2만2000원으로 소폭 상향했지만, 오히려 평균을 끌어내리는 효과만 냈다.
반면 iM증권은 목표주가는 유지하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이 증권사 간 시각이 갈리는 이유는 ‘운임 강세의 지속 가능성’과 ‘선복 공급 과잉’이라는 두 가지 변수의 상충 때이다.
낙관론을 펼치는 증권사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불확실성이 촉발한 재고 조기 축적 수요가 하반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와 수에즈·파나마 운하 운항 차질 등으로 선박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임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3분기에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가장 높게 제시한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뜻밖의 시황 강세를 타고 글로벌 주요 선사들의 가이던스 상향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중장기 선복 공급 과잉 도래에 따른 업황 둔화는 불가피한 미래지만, 해운 사이클 연장과 업종 내 최선두권의 비용 관리 역량을 통해 업황 다운턴(하락 국면)의 충격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전문가들은 현재의 운임 강세가 거시경제의 근본적 체력 개선이 아닌 지정학적 이벤트 및 관세 불확실성에 기인한 ‘단기 왜곡’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누적된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 물량이 대거 시장에 풀리며 극심한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iM증권은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유지하면서도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성수기 효과로 3분기 이익은 전분기 대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최근 운임 강세의 대부분 요인은 중동 전쟁으로, 리스크 해소 시 글로벌 선사들의 홍해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컨테이너 공급 과잉 트렌드와 함께 운임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쟁과 관세 정책에 따른 물동량 왜곡 등을 반영해 올해 운임 추정치를 상향했지만, 중장기 감익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2027년부터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율이 8.8%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이익 지속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컨테이너선 영업 비용 증가에…예상 밑돈 2분기 영업이익HMM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다. HMM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4020억원, 영업이익 35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7%, 영업이익은 51.9% 증가했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인 3962억원을 10.6% 밑돌았다.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친 원인은 컨테이너 부문의 급격한 원가 상승이다. 컨테이너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분기 평균 컨테이너 운임은 직전 분기 대비 16.4% 상승했으나, 수송가능선복량(BSA)과 물동량은 각각 3.5%, 0.8% 감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항로 우회 및 항만 적체로 유효 선복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원가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분기 매출원가 세부 항목을 보면 항화물비는 1조3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고, 용선료는 6520억원으로 39.4% 늘어났다. 연료비 또한 선대 규모가 24척 증가하면서 29.1% 늘어난 466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벌크선 부문은 영업이익 15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1.3% 폭증해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건화물선지수(BDI) 및 탱커운임지수(BDTI)의 강세 속에서 건화물 선대 확장 효과가 수익성에 기여한 결과다.12조원 현금성 자산 보유… "주주환원이 주가 반등 열쇠"전문가들은 HMM이 보유한 12조원 규모의 막대한 현금성 자산과 양호한 원가 구조가 하방 지지력을 제공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주가가 본격적인 반등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탄탄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이나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제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HMM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중 원가 구조가 가장 양호하고,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12조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주주환원이 본격화된다면 그때 투자의견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거버넌스 불확실성과 중장기 선대 투자 계획이 남아 있어 주가는 단기 실적 개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실적 지속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