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보다 돈 더 번 증권사…'1조 클럽' 잇따라 탄생 [분석+]

입력 2026-08-13 22:00

국내 주요 증권사가 올해 상반기 증시 활황을 타고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국내외 주식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데다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부문까지 호조를 보인 결과다. 일부 증권사는 분기 순이익에서 주요 대형 은행을 넘어서는 등 금융권 내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5대 증권사, 상반기 순이익 7.8조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의 합산 순이익은 7조7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3조1832억원의 2.4배로 불어났다.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둔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에만 2조9072억원을 벌어들였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해 업계 최초 2분기 연속 1조원을 달성했다. 미국 스페이스X 투자에 따른 대규모 평가 이익이 반영된 데다 위탁 매매·자산 관리 등 각종 서비스 수수료 수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투자증권(1조7311억원)과 키움증권(1조1580억원)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순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9561억원)과 삼성증권(9391억원) 순이익도 1조원 턱밑까지 쫓아왔다. 국내 증시의 역대급 강세장 속에서 투자자의 국내외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돈잔치'가 펼쳐졌다는 평가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이 금융권의 전통 강자인 메이저 대형 은행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을 비교하면 달라진 증권사의 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순이익(1조9052억원)이 5대 은행을 모두 넘어섰다. 신한은행(1조3015억원), KB국민은행(1조1240억원), 하나은행(1조212억원)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9464억원)은 우리은행(8427억원)을 넘어섰고, 키움증권(6806억원)도 NH농협은행(6052억원)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다. 대형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주요 은행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규모까지 커진 것이다.

증권사의 약진은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나타난다. NH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우리투자증권 등 5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약 2조63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NH농협금융에선 NH투자증권의 순이익(9651억원)이 NH농협은행 순이익(1조1629억원)의 83%까지 올라왔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지주 내 실적 비중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KB증권은 상반기 7963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고, 신한투자증권도 5777억원으로 123% 증가했다. 여전히 은행이 금융지주 전체 이익의 중심이긴 하지만 올해 금융지주의 추가적인 이익 성장을 증권 계열사가 강하게 뒷받침한 것이다.

금융지주가 증권사의 자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KB금융은 지난 2월 KB증권에 7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7월에도 1조원을 추가 배치했다. NH농협금융도 지난 6월 NH투자증권에 4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을 투입해 자기자본을 2조원대로 끌어올렸다. 금융지주들이 은행 이외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 계열사의 체급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에 자본이 몰리는 것은 자기자본이 영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기업금융과 인수금융, 모험자본 공급 등에서 대형 거래를 수행할 여력이 커진다. 자기자본 규모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등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주요 요건이기도 하다.증시 약세에 하반기는 어떨까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증권사들이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스피가 지난 6월22일까지만 해도 9114.55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0일 5593.56까지 빠지는 등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 예탁금은 97조9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이 100조원을 밑돈 건 지난 2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6월 4일 139조6947억원과 비교하면 약 42조원이나 쪼그라든 셈이다. 국내 신용거래융자잔고의 경우도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38조6328억원에 달했지만 지난 11일 30조원까지 빠지는 등 약 3주 만에 8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국내 증시에 유통되는 자금 규모가 대폭 줄고 있다는 얘기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평균 거래대금과 신용거래융자, 고객예탁금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며 "과거 추이를 감안하면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증권사 실적은 2분기가 고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