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락세를 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장기공급계약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대규모 주주환원을 근거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론이 잇달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89% 오른 2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5.92% 뛴 159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지난 11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일 종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16.52%, SK하이닉스는 12.18% 반등했다. 코스피도 이번주 들어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급락 이후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차츰 회복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수급도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2985억원, 3조507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이번주 들어 13일까지 삼성전자를 2조5982억원, SK하이닉스를 1조19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발표한 아시아 기술주 보고서 '메모리-작은 굴곡'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주의 가파른 조정이 마무리됐다며 현재 주가를 전술적 재진입 기회로 평가했다. 지난달 D램(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 둔화와 투자자 쏠림을 이유로 단기 조정을 경고했지만, 실제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가격 매력이 생겼다고 판단을 바꾼 것이다.
다만 업황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올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줄고 재고와 공급이 늘어나면 추가적인 실적 전망 조정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아시아 기술주 최선호주도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변경했다. AI 투자 수혜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기판 등 부품주로 확산할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국내 증권가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가 곧 업황 정점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앞선 급락으로 주가가 내년 실적에 비해 낮아진 데다 장기공급계약 확대로 이익의 지속성도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을 964조원으로 추정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575조원, SK하이닉스가 389조원으로 예상됐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7배와 3.2배에 그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실적 개선 전망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 여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SK증권은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이 늘면서 메모리 기업의 수요와 이익을 예측하기 쉬워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익의 지속성이 높아지면 주주환원도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르면 이달부터 추가 주주환원책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사의 연간 합산 주주환원 규모가 최대 3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에 따른 정점 통과 논리를 경계한다"며 "이제 가격뿐만 아니라 지속성, 가시성으로도 업황 강세를 흡수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국내 반도체주가 글로벌 동종업체보다 더 크게 떨어진 배경으로 성과급 충당금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주주환원 정책의 불확실성,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의 HBM 사양 하향 우려를 꼽았다. 다만 조기 주주환원과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이 같은 우려를 낮추며 주가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황 사이클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하락이었다"며 "주가의 정상화를 이끌 긍정적 변화가 다량 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긍정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향후 업황을 가늠할 지표로는 내년 수요를 꼽았다. 류 연구원은 "이달 중하순부터 사이클의 확장 증거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서버 D램은 내년에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 부족의 강도도 올해보다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