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하는 게 쉬워지는 장점이 있더라도 저는 원치 않아요. 제가 그렇게 해서 돈 좀 더 번다고 뭐가 좋겠어요."
형사 전문 법조인인 정성원 법무법인 DH 대표변호사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개정 형사소송법 비판 영상은 게시 1주 만에 조회수 70만회를 넘기며 큰 관심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해당 영상에서 "수사 실무가 혼란스러워지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본다"며 "(현재는) 경찰, 검사, 법원이란 이 큰 산들을 넘어야 무죄가 나온다. 그런데 검사라는 산이 이제 없어졌다. 변호사 입장에선 난이도가 반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영상 말미에는 "나라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은 15일 정 변호사와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개정 형소법이 수사·재판 현장에 미칠 영향과 실무상 예상되는 혼란, 그가 우려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봤다. ◇ "6개월 뒤 문제 드러나…피해자 부담 이미 커져"
정 변호사는 영상에서 언급한 '6개월에서 1년'의 의미에 대해 "사건 하나를 시작해서 결론이 나오는 데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건 결과가 나오는 시점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 이후 변호사업계 분위기를 묻자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피해자를 대리하는 관점에서는 경찰도 수사해주고 검사도 수사해주는 편이 좋다"며 "많은 사람이 도와주는 게 상대적으로 더 좋은 건데, 이제 반만 도와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측 부담은 이미 커졌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도 피해자 측에서 경찰이 일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일목요연하게 표와 엑셀로 만들어서 전달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 지 이미 몇 년 됐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를 경찰 개인의 수사 의지와 역량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가 하는 역할이 법에 의해 점점 줄어드는데 범죄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더 많아졌다"며 "경찰의 일이 두 배 이상 엄청나게 늘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니 피해자에게 '증거를 좀 가져와 달라, 표로 정리해 달라, 수사 보고서 결과를 낼 수 있게 범죄 일람표를 완성해 달라'고 하게 된다"며 "이미 경찰의 많은 업무를 피해자와 피해자의 변호사가 하고 있는데, 여기서 검사의 역할을 더 없애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진술하지 않던 사람도 검사 앞에선 죄송하다 해"
정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역량 자체는 높이 평가했다. 다만 경찰과 검사가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가 재판에서 경찰 수사에 대해 부동의하면 증거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는 것들이 많다"며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변호사가 법정에서 '이건 어떤 이유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해 증거가 무효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반면 검사는 공판에서 직접 변호인과 다투는 만큼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서 증거가 어떻게 다퉈질지 살피고, 기소·영장 청구·구형 권한을 지녀 피의자의 조사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봤다.
그는 "범죄자 입장에서는 검사에게 잘못 보이면 재판에서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어 검사 수사에서는 함부로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며 "경찰에서 진술하지 않던 사람도 검사 앞에서는 죄송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검사 수사를 받지 않게 되면 범죄자 입장에서는 '땡큐'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 "경찰 단계서 덮으면 끝…전관 찾는 구조 될 것"
정 변호사는 개정 형소법 시행 이후 변호사 역량에 따라 사건 결과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말 단순한 사건은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복잡해지는 순간 차이가 발생한다"며 "지금도 법정에서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시하는 역할 중 하나인 검사가 앞으로 수사 단계에서 빠진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의 특징이 하나 있다. 검사는 순환근무로 몇 년 뒤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다"며 "경찰은 수사 첩보를 얻으려고 지역 내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심하면 지역 내 조직폭력배들과도 관계를 맺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첩보를 얻으면 당장 몇 명 잡을 수는 있겠지만 다음에는 '이 사람은 내 친구인데 감형해 달라, 수사를 덜 해달라'는 청탁이 들어온다"며 "이를 방지하려고 경찰도 순환근무를 시킨다지만 현재로서는 경찰의 지역 유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앞으로는 경찰 재량에 따라 수사를 아예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 수사 단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변호사나 인맥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 변호사는 "(개정 형소법 시행으로) 경찰 전관이나 경찰 절차를 잘 처리하는 변호사가 있을수록 사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에는 '경찰 출신 변호사를 써도 어차피 검사가 다시 수사하는데, 그때 가서 검사 출신 변호사를 또 선임하면 돈이 2배, 3배 들어간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경찰 단계만 어떻게 해보자, 지인은 없는지, 경찰 출신 변호사는 없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겠나"라며 "경찰 단계에서 덮으면 어떡할 건가. 그냥 끝이다"라고 우려했다. ◇ "법은 누더기 됐다…기본법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정 변호사는 이번 법 개정 폭 자체도 지나치게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뀐 형소법을 읽어보면 100개 정도의 조문이 바뀌었다"며 "경찰·검사·판사·변호사 모두 어려운 시험을 통과할 때 배운 법률과 다른 법률이 됐다. 이를 단기간에 숙지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어 "형소법에 '검사'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 그걸 삭제하느라 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변호사에게 유리해지는 제도에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을 때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 국민 중에 환자가 많아지면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구조였다"며 "그렇다고 '코로나 환자가 많아져서 좋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하는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자가 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피해자 구제가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커지고 돈을 조금 더 벌 수도 있겠지만, 이 현상을 두고 '범죄자가 유리해져서 좋다'고 하는 변호사는 자격 미달"이라며 "이는 사회적으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본법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헌법은 개정 정족수를 까다롭게 해놨지만 그 외 일반법들은 국회 150석만 확보하면 바꿀 수 있다"며 "민법·형법·민사소송법·형소법 등 5개 안팎의 기본법은 조문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판례가 있고, 지금까지 그 법을 믿고 지켜온 사회적 합의와 권리구제 절차가 있다"고 역설했다.
'중대사안'은 사법(司)·안보(安) 이슈를 짚습니다. 검찰청 폐지·국군사관학교 통합 같은 굵직한 변화부터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야기까지, 이정우 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록하겠습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