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진국도 중국의 저가 공세로부터 석유화학과 철강 등 자국의 핵심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요금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한국처럼 전기요금을 직접 조정하는 대신 재정 투입이나 장기 원가계약 체결 등 요금 외의 지원 전략을 펴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특정 산업과 지역에 대한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은 2024년부터 화학·철강·제지·플라스틱 등 91개 에너지 집약 업종의 전력 도매가 일부를 보전하는 ‘산업전력요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8억유로(약 5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정부가 임의로 대상을 고르지 않고 유럽연합(EU)이 정의한 에너지 집약도와 무역 노출 정도에 따라 업종을 선정해 특혜 논란을 잠재웠다. 지원받은 기업이 절약한 전기요금의 50%를 4년 내 탈탄소 설비에 투자하는 조건도 달았다.
프랑스 국영 전력공사(EDF)는 원전의 전력 생산원가와 연동해 10년 이상 장기 계약하는 형태로 자국 기업을 지원한다. 기업의 전기료 절감 이익이 지나치게 커지면 정부가 환수해 가계 부문을 지원하기 때문에 ‘산업계만 특혜를 본다’는 반발이 거의 없다.
영국도 프랑스와 독일의 두 배에 달하던 산업용 요금을 낮추고 있다. 에너지 집약도 등을 엄격히 따져 망 요금과 정책 비용의 최대 90%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 개선 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재생에너지 부담금을 감면해준다.
전문가들은 차등 요금을 둘러싼 갈등을 피하려면 요금 체계를 국가 전략 투자 차원에서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감면받은 전기료를 지방 이전이나 탈탄소·첨단 설비 재투자 등에 투입하도록 의무화해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훈/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