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카드빚과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생활비를 메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마케팅 기업 옴니센드가 소비자 10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3개월간 응답자의 30%가 완납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식료품비와 유류비, 공과금, 병원비 등 필수 지출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친척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린 경우도 20%에 달했고,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는 18%였다. 비상금 등 저축을 헐어 쓴 비율은 17%였다.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알렉산드라 톰슨은 연간 약 7만달러(약 9900만원)를 벌지만 카드 한도가 이미 소진돼 매주 현금으로 최소한의 장을 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외식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지만 매달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며 "이렇게 살아가는 데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고 토로했다.
재정 압박은 저소득 가구를 넘어 고소득 가구로도 옮겨가는 모습이다. 옴니센드 조사에서 연 소득 15만달러 이상인 응답자 중에서도 약 35%가 필수재 구매를 위해 신용카드를 꺼냈다.
어번연구소가 지난해 시행한 기본 욕구 조사에서도 18~64세 성인의 약 35%가 식비를 카드로 결제했으며, 이 중 8.7%는 최소 결제액조차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조사 당시 7.1%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계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살로니 피라스타 바스타니 에모리대 교수는 장바구니 물가 전반이 누적된 결과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이 임계점에 이른 것이라며 "식품 품목 하나뿐만 아니라 장바구니 전체 물가가 누적돼 올랐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용카드 자격을 갖춘 중산층조차 휘청인다면 저소득층이 겪는 고통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불만은 기업과 정치권을 향하는 분위기다. 응답자의 85%는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명분으로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56%는 즐겨 쓰던 브랜드 구매를 완전히 끊었다고 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