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잭팟'에 본업도 펄펄…미래에셋, 금융 판도 바꿨다

입력 2026-08-12 17:49
수정 2026-08-12 19:49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분기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가뿐히 제쳤다. 증권사가 금융권 순이익 1위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국내 금융산업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9% 급증한 1조9052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1조4539억원)를 4500억원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두 분기 연속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미래에셋증권이 최초다. 분기 세전이익도 2조5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1% 늘었다.

2분기 미래에셋증권 순이익은 증권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통 강자인 5대 은행마저 압도했다. 은행권 1위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1조3015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보다 6000억원 이상 적었다. 국민은행(1조1240억원) 하나은행(1조213억원) 우리은행(8427억원) 농협은행(6052억원)도 미래에셋증권에 못 미쳤다.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 효과가 컸다. 미래에셋증권의 세전이익 가운데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이 1조6242억원으로 64.2%에 달했다.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상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여기에 자산관리(WM), 연금,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과 해외 법인이 고르게 성장하며 힘을 보탰다. 시황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증권사 특유의 ‘천수답 구조’를 깨고 자기자본투자(PI),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탄탄한 수익 기반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약 10년 전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며 “금융·투자시장 판도를 바꾸겠다”고 한 박현주 회장의 비전이 실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 성과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미래에셋증권의 경상적인 이익 창출력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순이익 1조9000억…5대 시중銀 추월
증시 활황에 수수료 수익 189%↑, 해외법인 이익도 474% 치솟아 “‘1+1=2’가 아니라 ‘1+1=3’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했다.”

201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산업은행이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한 이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두 개의 증권사를 합치는 것을 넘어 자산운용업계 1위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 및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1위 대우증권의 시너지로 금융업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였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연간 순이익은 1700억원 수준이었다. 2900억원대인 대우증권을 합쳐도 5000억원에 못 미쳤다. 대우증권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끝날 것이란 회의론도 잇따랐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올해 2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순이익 1조905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증권사 최초로 5대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금융권 순이익 1위에 올랐다. 박 회장의 도전이 마침내 숫자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1+1=3’ 증명해낸 미래에셋12일 미래에셋증권이 공개한 2분기 세부 실적을 뜯어보면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공신은 스페이스X다. 2022년부터 투자해온 일론 머스크의 우주 인프라 기업 스페이스X가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전체 세전이익 2조5287억원에 관련 평가이익 1조6242억원이 반영됐다. 미래에셋그룹이 스페이스X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할 때만 해도 시장에선 “언제 수익이 날지 모르는 고위험 벤처에 대규모 자금을 넣는 건 무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호실적으로 자기자본투자(PI)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스페이스X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2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증시 거래 대금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어난 6256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36% 증가했다. 트레이딩(8369억원·기타금융손익 포함)과 자산관리 수수료(WM·1310억원)도 1년 전보다 각각 75.7%, 73.1% 증가했다. IB 수수료(428억원)는 전년 동기(496억원) 대비 소폭 줄었으나, 전 분기(260억원) 대비로는 반등했다.

고객자산(AUM)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분기 말 기준 국내외 AUM은 784조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124조원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51조원 늘었다. 연금 자산도 8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60%로, 시장 평균의 2.5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금 자산 증가가 수익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스노볼’ 성장 구조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6091억원으로 1년 전(1061억원)보다 474% 급증했다. ◇ “스페이스X, 주가·실적에 프리미엄”다만 3분기 실적에는 변수가 있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페이스X 주가가 최근 조정받고 있어서다. 이번에 반영된 스페이스X 평가이익은 지난 6월 말 주가인 170달러 기준으로, 현재는 1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스페이스X 지분가치도 5조원에서 3조80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중장기적 성장성을 감안하면 주가와 실적에 확실한 ‘프리미엄’이 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가 분기 단위로는 향후 수익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연 단위로는 상당한 수익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이미 취득원가 기준 4배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 성공적인 투자이고, 회사의 잠재력을 볼 때 손익변동성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 보유 지분에 대한 회계 재분류 등 추후 이익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눈은 이제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글로벌 투자 플랫폼 ‘MAPS’를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2.82% 상승한 3만6500원에 마감했다.

이선아/강진규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