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했으니 지방에 내려가서 편하게 살려고 했죠. 그런데 보유세에 양도세를 계산해보면 지방에 세를 얻은 집에 전입 신고하지 않고, 서울 집은 공실로 놔두는 게 몇천만원을 버는 셈이라네요."
서울 핵심지에 4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은퇴 후 서울 집을 전세 놓고 지방 소도시로 내려가 거주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세무법인을 찾아 세금 시뮬레이션 상담을 한 결과를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양도차익이 커서 당장 집을 팔 수도 없는 데다, 서울 아파트에 전입하지 않고 세를 줬다가는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보유세와 향후 양도세에서 폭탄을 맞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방 주택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서울 아파트는 비워둔 채 주민등록상 전입만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상담 현장에서 A씨의 사례와 같이 파격적인 내용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 노른자 땅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실상 공실로 유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실거주를 강조하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고액의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집을 비워두겠다'고 결심하는 집주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달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은 전반적인 세제 강화 기조를 담고 있는데, 자기 집에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까지 사실상 징벌적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실거주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가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반대로 비거주 1주택자는 기본 공제가 9억원으로 축소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손질합니다. 기존에는 10년 이상 보유·거주 시 '보유 40% + 거주 40%'로 최대 80%를 한도 없이 공제해줬습니다. 개편안은 보유에 대한 혜택은 없애고, 실거주자에게만 연 8%, 최대 80%의 공제를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내년 공시가격 인상률이 올해의 절반이라고 가정하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올해 보유세를 계산하면 2764만원으로 올해(1810만원)보다 954만원(52.7%) 오릅니다. 그런데 만약 거주하지 않고 있다면 보유세는 3318만원으로 보유세 부담이 더 커집니다. 여기에 비거주로 인한 양도세 차익까지 고려하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일부 집주인은 지방 거주지에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계약만 체결한 채, 서울 집에는 주민등록을 그대로 두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기이한 절세법을 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장 전입형 절세'가 향후 과세 당국의 세무조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서류상으로만 전입을 유지하고 실제 거주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감면받은 세금 추징은 물론 무거운 가산세까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종부세의 기본이 되는 재산세는 주민등록 등본 등 서류를 바탕으로 부과하는 '형식 과세' 성격이 강해 당장은 실거주 조사를 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도차익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양도세는 다릅니다. 고가주택일수록 국세청의 검증망은 더욱 촘촘해집니다. 과세 당국은 양도세 비과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정성을 가릴 때 주민등록등본만 보지 않고,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 결제 지역 명세와 인터넷 IP 접속 기록까지 면밀히 검증합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종부세와 양도세는 국세이기 때문에 실질과세가 원칙"이라며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만 이전하는 것은 명백한 탈세이자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울과 지방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등 '경계선'상에 있을 때는 최종적으로 신고하기 전에 세무 전문가와 꼭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