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AI 인프라 협력 대상으로 네이버를 점찍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와 손잡고 한국에서 AI 인프라를 확대한 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지난달 27일 엔비디아가 네이버 3대 주주에 오르며 ‘AI 인프라 동맹’을 공고히 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 반응이다.◇AI 실전 경험 주목
네이버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10억달러(약 1조4809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가와트(GW)급 AI팩토리’ 구축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손잡고 짓는 AI팩토리는 단순한 ‘GPU 수요’가 아니다.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위에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엔진을 얹어 ‘독자적인 AI 공장’을 짓겠다는 게 두 기업의 협력 구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AI 솔루션 수출 비즈니스’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를 통틀어 GW급 AI팩토리는 두 곳뿐이다. 아마존과 앤트로픽의 ‘뉴칼라일(미국 인디애나주)’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AI 기업인 xAI가 짓고 있는 ‘콜러서스2(미국 테네시주)’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GW급 AI 팩토리는 초기 투자비용만 80조원이 넘는데다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엔비디아가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네이버의 손을 잡은 데엔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 역량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역량이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독자 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했고, 2023년부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운영 중이다.◇솔루션 수출 새 먹거리로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소버린 AI를 추구하는 중동, 동남아시아, 유럽 등 공략을 주요 목표로 정했다. 소버린 AI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AI를 확보해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수요는 2028년을 전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은 AI 팩토리 구축에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 브룩필드도 이번 AI 팩토리 사업에 참여한다. 브룩필드는 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9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조건부합의서를 네이버와 맺었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확보한 총 투자 규모만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투자를 확보한 데 따라 당초 55MW로 계획했던 AI팩토리 용량을 2028년까지 200MW로 세 배 이상 늘리는 게 가능해졌다. 추후 1GW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시설에는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AI 모델 공동 개발, 피지컬 AI 개발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AI 컴퓨트 파트너십’ 계약도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검색 엔진과 쇼핑 플랫폼 위주였던 네이버의 사업 구조가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의 투자는 네이버 미래 성장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AI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