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편의점 점포 숫자가 지역 주민의 고혈압 유병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연합뉴스는 국제 공중보건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 최신호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전국 250개 시·군·구를 분석한 결과, 편의점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유병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202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성인 22만7819명의 자료와 전국 사업체 조사 자료를 결합해 전국 250개 시·군·구의 편의점 밀도와 비만·고혈압 유병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편의점 밀도는 주민 1000명당 편의점 수로 계산했고, 연령과 성별, 소득, 교육 수준, 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도 함께 보정했다.
분석 대상 지역의 평균 편의점 밀도는 주민 1000명당 1.12개, 평균 비만 유병률은 30.98%, 고혈압 유병률은 22.76%였다.
처음 분석에서는 편의점이 많은 지역일수록 비만과 고혈압 유병률이 모두 높은 경향을 보였지만, 연구팀이 주변 지역과 비슷한 생활환경과 인구학적 특성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까지 반영해 다시 분석한 결과, 비만과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사라졌고, 고혈압과의 연관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주민 1000명당 편의점이 1곳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의 고혈압 유병률이 평균 0.968%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한 연구팀은 고혈압이 편의점 식품의 특성과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즉석식품과 가공식품은 대체로 나트륨과 열량, 당분 함량이 높지만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여기에 술과 담배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 혈압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만은 식습관뿐 아니라 운동량, 사회경제적 수준,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오랜 기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편의점 밀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한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2019년 4만3975곳에서 2022년 5만7617곳으로 3년 만에 31%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점 밀도를 가진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도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개인의 생활 습관뿐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의 식품 환경'이 만성질환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편의점이 고혈압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특정 시점의 지역 자료를 비교한 단면 연구인 데다 개인이 실제로 편의점을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 어떤 음식을 구입해 섭취했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면서 "또 지역 단위 분석이어서 개인의 위험도를 직접 설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건강한 식품보다 가공식품과 고나트륨 식품을 쉽게 접하는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면 지역 주민의 건강 수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