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월가 대표 금융사들과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자본을 모은다. 자사 인공지능(AI)칩 고객사들이 쓸 수 있는 금융 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엔비디아는 1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아폴로글로벌 브룩필드자산운용 블랙록 블랙스톤 KKR 6개사와 이같은 내용의 컴퓨팅 자금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AI기 업과 클라우드업체들이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지만 필요한 규모에 맞는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엔비디아는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오픈AI·앤트로픽 등 AI 모델 개발사, 코어위브·네비우스 등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에게 투자해왔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산다는 점에서 '순환 거래' 논란이 제기됐다. 이를 엔비디아와 고객사 간 양자 거래가 아니라 제3자를 통한 금융 형태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엔비디아는 프로젝트별로 GPU 잔존가치의 일부를 보증(backstop)한다. GPU를 수년 간 사용하고 남은 가치가 계약 당시 예상한 가치와 다르다면, 이 격차의 최대 25%를 엔비디아가 메워주겠다는 것이다. 황 CEO는 "광범위한 엔비디아 생태계는 풍부한 잠재 사용자와 구매처 시장을 제공해 잔존 가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구형 GPU도 소프트웨어로 효율을 끌어올리거나 다른 사용처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사들은 GPU를 장기적으로 수익화가 가능한 금융자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이 파트너십을 1970년대 주택저당증권(MBS)에 빗대 "금융공학의 다음 미래"라고 밝혔다. 주택대출 상환금을 유동자산화해 채권을 만드는 MBS처럼 컴퓨팅 사용료를 기초 자산으로 채권을 만들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엔비디아 컴퓨팅 자원을 담보로 한 신용시장을 새로 만드는 기회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고객사에게 경쟁력있는(attractive) 금리로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