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에 묻힌 원양어선원 유해, 37년 만에 고국으로

입력 2026-08-10 18:27

1989년 만선의 꿈을 품고 세네갈행 트롤리어선에 오랐던 28세 청년 A씨. 어려운 형편에 외화를 벌기 위해 대서양으로 향했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역만리에 묻힌 지 37년 만에 유족과 정부의 노력으로 최근 고국 땅을 밟았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서울 양재동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 A씨 유해의 국내 이장을 위한 봉환 추도식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이슬람 문화권인 세네갈은 묘를 옮기는 데 비우호적이어서 유해 송환 절차가 까다로웠다. 주세네갈대사관 등 현지 관계자가 3년간 세네갈 행정당국을 설득한 끝에 이장 승인을 받아냈다.

A씨뿐 아니라 한때 ‘산업 역군’ 역할을 담당한 원양어선원 다수가 여전히 해외 묘지에 안장돼 있다. 스페인 라스팔마스(83기), 테네리페(16기), 사모아(82기), 수리남(31기) 등 7개국에 271기의 묘지가 남아 있다.

이들은 1957년부터 1979년까지 총 19억9289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파독 광부·간호사가 벌어들인 외화(1억153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열악한 조업 환경 탓에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시신의 해외 이송을 금지한 국내외 규정과 과도한 운구 비용, 연고 부재 등 이유로 현지 항구 근처에 묻혔다.

정부는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이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해외 선원 묘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들의 국내 송환을 지원하고 있다. 2002년부터 해외 묘지 정비 사업을 추진했고, 2014년부터는 유족 신청 시 국내 이장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A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국내로 이장된 원양어선원 유해는 총 40구다.

양영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관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역군이었던 원양어선원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머나먼 이국땅에 묻힌 원양어선원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