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10일 오후 2시 32분
“좋은 창업자라면 모든 걸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권한과 업무를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사진)는 10일 인터뷰에서 “벤처투자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문가를 초빙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를 키워나가다 보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1년 국민리스에 입사해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 공급을 맡았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도했다. 기존 금융권의 자금 공급만으로 기업의 성장과 회복을 뒷받침하기 어려워졌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자연스레 김 대표의 눈도 벤처캐피털(VC)로 향했다.
1999년 아주IB투자에 합류했다. 그는 201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1974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벤처투자 기업이다. 2018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VC와 사모펀드(PE)를 아우르는 대체투자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AUM)은 약 2조5000억원이다. 미국 보스턴·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의 첫 투자부터 순탄치 않았다. 첫 투자 대상은 수학 교육 솔루션을 개발한 한 벤처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시장 진입에 실패하며 1년 만에 파산했다. 김 대표는 실패 원인으로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그는 “당시 금융에는 익숙했지만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기준은 부족했다”고 그때의 자신을 돌아봤다.
김 대표는 투자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다. 투자하려는 기업이 속한 산업부터 깊이 파고들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집중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자 투자 성공 사례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이 휴젤이다. 아주IB투자는 2000년대 초 휴젤의 ‘몸값’이 300억원일 때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휴젤의 기업가치는 2015년 기업공개(IPO) 당시 1조원 안팎으로 커졌고, 현재 시가총액은 약 3조5000억원이다.
당시 김 대표는 창업자의 경영 방식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의사 출신 창업자들이 대부분의 업무를 직접 맡았다. 김 대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회사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변하는 모습에 김 대표는 투자를 결심했다. 오랜 투자 경력을 갖춘 김 대표에게 벤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묻자 “좋은 창업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전문가와의 역할 분담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