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평 분양가로 25평 받으라니"…다섯달 만에 벌어진 일 [시장톡]

입력 2026-08-11 06:30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18억원대 중후반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전용면적 84㎡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서는 비슷한 돈을 내고도 전용 59㎡를 받아야 합니다. 서울 새 아파트 분양가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청약 수요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 역시 한 단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신길10구역을 재건축하는 '써밋 클라비온'이 청약에 나섭니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9층, 8개 동, 총 812가구 규모로 조성됩니다. 조합원 물량 559가구와 임대 77가구를 제외한 17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입니다. 입주는 2030년 1월 예정입니다.

예비 청약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분양가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44~59㎡로 소형 위주인데 전용 59㎡ 최고 분양가격이 18억원대 중후반까지 올라왔습니다.

타입별로 보면 전용 59㎡A는 16억9190만~17억2900만원, 전용 59㎡B는 16억9310만~18억3790만원입니다. 전용 59㎡C는 16억9810만원에서 시작해 20층 이상 최고 분양가가 18억6630만원에 달합니다. 전용 59㎡D 최고가는 18억5080만원입니다.

5개월 전 신길동에서 나온 '더샵 신길센트럴시티'와 비교하면 가격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더샵 신길센트럴시티 전용 84㎡A는 16억8000만원(2층)에서 시작했습니다. 층이 높아질수록 분양가가 올라 11~20층은 18억2000만원, 21~30층은 18억4000만원, 31층 이상 최고가는 18억6000만원입니다. 1가구가 공급된 전용 84㎡B는 18억8000만원이었습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지난 3월 더샵 신길센트럴시티에서 18억6000만원으로 전용 84㎡를 분양받을 수 있었지만 이달 써밋 클라비온에서는 거의 같은 18억6630만원을 내고 전용 59㎡를 분양받는 셈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같은 18억원대 중후반의 돈으로 청약할 수 있는 전용면적이 약 30% 작아진 것입니다.

물론 두 아파트의 분양가를 그대로 놓고 '5개월 만에 신길 집값이 그만큼 올랐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단지가 다르고 역과의 거리, 주택형 구성, 동·층·향, 브랜드와 상품성, 사업장의 원가와 사업 조건 등도 달라서입니다.

그럼에도 같은 영등포구 신길동 신규 분양에서 불과 몇 달 사이 전용 84㎡와 59㎡의 가격대가 겹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최근 서울 분양시장의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청약 수요가 얼마나 몰릴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써밋 클라비온의 일반분양은 176가구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특별공급 93가구를 제외한 일반공급은 83가구입니다. 서울 신축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풍역과 가까운 신길뉴타운 새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가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써밋’이라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공사비 상승 등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청약자 수는 많게는 8000명까지도 본다. 서울은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금 여력이 있는 예비 청약자들은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의 전용면적 기준 평균 분양가는 ㎡당 2422만원으로 전월보다 3.09% 올랐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4.16% 상승한 수치입니다. 전국 평균 분양가도 ㎡당 864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59% 오르며 2021년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서울 전용 59㎡ 평균 분양가는 15억6257만원으로 한 달 새 3.90%, 1년 전보다 26.68% 뛰었습니다. 전국 전용 59㎡ 평균 분양가 역시 5억3072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8% 올라 같은 기간 전용 84㎡ 상승률(7.25%)을 웃돌았습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수요자는 분양가 자체뿐 아니라 입주 이후 보유 단계의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만큼, 청약 판단에서 실거주 계획이 이전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