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월 X에 쓴 글 중)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다. 과거 "세금으로 집값은 안 잡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이 이제는 "다주택자에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세제 강경 기조로 돌변했다.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불법시설 정비보다 쉽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집값을 잡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라며 정부의 결단만 있으면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부동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공급 중심에서 세금 강화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야당의 지적처럼 이 대통령은 과거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공급 확대'에 두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은 안 잡겠다"고 밝혔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동산 수급 불균형을 세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로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기조였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정부의 움직임은 달랐다. 표면상 '공급 확대'를 내세웠지만, 실제 정책의 무게중심은 '다주택자 규제'와 '세제 강화'로 옮겨갔다.
정부가 8월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 과세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실거주 1주택은 시가 약 20억원까지 종부세 비과세로 보호하고 시가 약 30억원 이하의 장기거주 1주택은 양도세 기본공제를 연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 일정 가액 이상 주택에는 공제 상한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종전의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 중심으로 개편해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고, 고가·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은 2027년 각각 5%포인트와 10%포인트로, 2028년에는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하다가 2029년 원래 수준으로 복원하는 '매도 데드라인'을 명시적으로 제시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세금으로 집값은 안 잡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세금 이야기를 꺼내 국민을 압박하고, 집값이 소폭 하락했다는 기사 하나를 근거로 마치 부동산을 다 잡은 듯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급락에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43.3%로 4주 연속 하락했으며, 부정평가는 53%로 상승했다. 이는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5.9%포인트), 대구·경북(-5.5%포인트), 부산·울산·경남(-4.8%포인트) 등 보수 지역의 이탈이 두드러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보수층은 전통적으로 자산 기반 계층이 많은데, 부동산 세제 강경 기조가 이들의 직접적인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지지도 하락 원인을 "부동산 세제 개편과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 육사 쿠데타 발언 후폭풍에 더해 폭염 및 경제 불안 요인까지 중첩되면서 서울, 보수층,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탈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네티즌은 "계곡 정비보다 부동산이 쉽다"던 이 대통령의 말을 재조명하며 "집을 지으려는 사람을 잡겠다는 거였나", "계곡 정비가 이렇게나 어렵다는 방증이다", "계곡 정비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감이 안 온다"는 반응을 보이며 개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