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명 줄고 785명 늘었다"…선관위 투표 조작 정황

입력 2026-08-10 06:21

6·3 지방선거 당일 현장에서 취합한 투표자 수와 선거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최종 투표자 수가 수백명씩 차이 난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됐다. 선관위는 시간대별 투표자 수가 잠정 수치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선거 종료 이후 투개표시스템 재접속 기록까지 확인되면서 통계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중앙선관위가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자수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3558개 읍면동 가운데 1971곳에서 현장 취합 투표자 수와 최종 투표자 수 사이에 크고 작은 차이가 발생했다. 오차가 100명 이상인 읍면동은 29곳이었다. 서울, 경기, 전북, 충남, 강원, 경북, 부산 등 전국에서 확인됐다.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경기 안성시 공도읍 제4투표소였다. 이 투표소의 오후 6시 투표자 수는 2105명이었지만 최종 투표자 수는 1494명으로 집계됐다. 611명이 줄었다. 오후 6시 투표자 수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 제1투표소에서도 차이가 났다. 오후 6시 기준 투표자 수는 1358명이었지만 최종 투표자 수는 1042명으로 316명 감소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4동 제2투표소도 916명에서 683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최종 투표자 수가 현장 집계보다 늘어난 곳도 있었다. 부산 수영구 광안1동은 오후 6시 기준 투표자 수가 7137명이었지만 최종 투표자 수는 7922명으로 집계됐다. 785명 늘어난 것이다.

광안1동 제2∼5투표소는 지방선거 당일 오후 5시와 6시 투표자 수가 동일했다. 투표 마감을 앞두고 시간대별 집계상 투표자가 늘지 않았는데 최종 집계에서는 800명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경기 평택시 비전1동은 투표소마다 100여명씩 차이가 발생해 전체 최종 투표자 수가 348명 늘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2동 제7투표소에서는 최종 투표자 수가 164명 증가했다. 오후 6시 기준 투표자 수 968명의 17% 수준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개포2동과 송파구 가락2동에서도 최종 투표자 수가 각각 147명, 98명 늘었다. 송파구 거여2동은 최종 투표자가 102명 줄었다.

선거 당일 투표자 수는 각 투표소 투표관리관이 수작업으로 확인해 읍면동 선관위에 보고한다. 읍면동 선관위가 진행 상황을 전산에 입력하면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이를 확인하는 구조다.

투표가 마감되면 잔여 투표용지 매수를 확인해 잠정 투표자 수를 보고한다. 최종 투표율은 개표 결과에 따른 투표지 수를 기준으로 정한다. 이 과정에서 수작업 취합과 전산 입력이 함께 이뤄지는 만큼 최종 투표율 공개 전까지 오입력이 발생할 수 있다.

쟁점은 오입력 수정 방식이다. 선관위가 낮 시간대 오입력을 즉시 바로잡지 않고 다른 투표소에 분산 입력하거나 다음 시각 투표자 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투표 마감이 임박했거나 마감 이후 오입력을 확인한 경우 별도 방식으로 수치 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관위가 오입력을 수정하기 위해 선거 종료 이후 투개표시스템에 재접속한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합수본은 이 과정에서 허위 입력이나 조작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선관위는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잠정 수치라 실제 투표자 수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투표율은 개표 결과를 토대로 확정되는 만큼 선거 당일 중간 집계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선거 당일 투표율 추이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 판단과 각 캠프의 막판 투표 독려 전략에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다. 단순 오입력이라도 제때 바로잡지 않았다면 선관위의 통계 관리 책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합수본 수사에서 선거 종료 이후 시스템 접근 과정과 투표자 수 수정 경위가 확인되면 선관위의 투개표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