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포지션 청산과 규제 강화로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한국 증시의 변동성 지수는 지난 6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96.9에서 지난 7일에는 75.59로 떨어졌다. 이는 2개월 내 최저치다.
강제 청산으로 인한 미결제 마진 부채 감소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규제 강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 관련 상품의 거래량·자산 규모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모건스탠리는 “디레버리징(차입 청산) 과정이 절반 이상 진행됐다”고 봤다.
코스피는 6월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다. 글로벌 펀드는 올해 1000억달러 이상을 매도하며 한국 비중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해외 자금은 눈에 띄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애버딘 아시아 인컴펀드의 아이작 통은 “우리는 점차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변동성이 여전히 높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며 “예상 수익률이 변동성을 감수할 만큼 매우 높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에 코스피는 거래소의 20분 매매 중단 장치(서킷브레이커)가 한 달 동안 네 차례 발동됐다. 하루 5% 이상 등락이 절반 가까운 거래일에서 나타났다. 7월 31일에는 하루에 18% 급등하기도 했다.
당국은 레버리지 ETF에 대한 증거금 요건을 높이는 등 규제에 나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상품 거래량과 자산은 감소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과 7월 각각 1조원, 9930억원 규모의 개인 투자자 계좌가 강제 청산됐다.
아르케비움 캐피털의 막상스 비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내 개인에서 해외 기관으로의 손바뀜이 시작되는 듯하다”면서도 “몇 번의 안정된 거래일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격 발견 메커니즘(매수·매도자가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적정 가격을 찾는 과정)이 정상화됐다는 증거를 원한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1배로 사상 최저 수준에 거래되는 중이다. 템플턴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리아오 이핑은 “삼성과 하이닉스는 저평가돼 있고 실적 전망도 강하지만, 극심한 변동성이 투자자들을 조심스럽게 만든다”며 “공격적 매수보다는 조금씩 늘려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펀드들은 6월 300억 달러를 매도한 뒤 7월 62억 달러, 8월 들어 43억 달러를 추가로 팔았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낙관론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1만2000으로 제시하며 “변동성이 줄어들면 펀더멘털이 다시 힘을 발휘할 것이고, 매우 매력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매튜스 인터내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션 테일러는 “펀더멘털은 건전하지만, 시장 레버리지와 포지션이과열돼 (투자를) 잠시 멈추고 있다”며 “아마 한 달 정도 더 관망할 것”이라고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