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과 당국의 규제 강화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레버리지 청산 이후 한국 증시의 변동성 진정' 기사를 통해 역사적인 규모의 매도세로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청산되고, 규제 강화로 일부 고위험 상품의 거래가 급감하면서, 한국 증시의 가장 극심한 혼란 국면은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 지난 6월 꿈의 지수인 9천피(코스피지수 9000)를 돌파했으나 이후 급격한 조정장세에 돌입했다. 7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를 제한하는 서킷브레이커와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연일 발동되며 지수가 22.19% 하락했다. 이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이에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6월29일 장중 97.99까지 치솟아 2008년 금융위기 때 기록한 전고점(89.3)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VKOSPI는 지난달 말까지도 90선을 넘나들었으나 이달 들어 70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VKOSPI가 지난주 두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반대매매로 신용융자 잔액이 감소한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규제 강화로 관련 상품의 거래량과 자산 규모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키운 레버리지 중심의 과열 양상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예탁금 규제(현금 3000만원)가 시행됐다. 또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가 대상 시장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투자 손실액을 387억달러(약 54조6400억원)로 추정했다. 분석 결과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22일 약 525억달러로 치솟았으나 한 달 새 190억달러로 추락했다. 이를 고려하면 연초 이후 한국 증시 신용 포지션 청산 진행률은 65%, 레버리지 ETF로 개인이 입은 손실액은 387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증시 조정을 거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1배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점을 들어 "최근 투매 이후 일부 지표상 한국 주식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변동성이 아직도 높은 점을 고려해 한국 시장에 본격 복귀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변동성이 하락한 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투자자는 역사적으로 저렴해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견조한 실적 전망을 추가 급변동 위험과 저울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핑 랴오 템플턴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저렴하고 실적 전망도 견조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보인 극심한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투자자를 신중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코스피는 37.61포인트(0.60%) 내린 6258.77로 마감했다. 8월 들어 한 주 동안 5.10% 하락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