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자신이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당시 정몽규 전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서면으로 공개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축구협회 분쟁을 심리하는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송 참가 신청서에 자신이 기억하는 홍명보 감독 선임 '막전막후'를 서술했다. 해당 서면에는 2024년 국회 문체위 현안 질의 당시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증언들을 정돈해 감독 선임 과정의 전말을 수록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최종 후보 3인을 정 전 회장에게 보고한 뒤 갑작스레 잠적하자, 정 전 회장으로부터 "후보 3명 모두와 계약이 가능하도록 면담을 진행하라"는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가 밝힌 정 전 회장의 지시 사항에는 "홍 전 감독을 비롯해 전 후보자를 편견 없이 검토하라", "누구와도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완성도 높게 협상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정 전 회장은 "한국 축구를 위한 이임생 TD의 판단을 신뢰한다"는 메신저 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이사는 정 전 회장의 지시를 후보자들의 진정성을 직접 확인하고 실제 계약 의향을 타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스 포엿, 다비드 바그너 감독 외에 면담을 거절해 왔던 홍 전 감독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영일 전 협회 부회장에게 주선을 요청, 이른바 '빵집 회동'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홍 전 감독이 다음 날 "소속 구단(울산 현대)에서 허락한다면 대표팀 감독직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하자, 이 전 이사는 정 전 회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정 전 회장은 "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진행하라. 세부사항은 김정배 부회장과 논의하라"고 지시했으며, 이후 문체부 차관 출신인 김정배 상근부회장이 내정 발표 및 계약 절차 등 후속 실무를 신속히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체부는 2024년 축구협회 감사 결과,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임의 판단으로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고 정 전 회장, 김 전 부회장, 이 전 이사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이사 측 대리인은 "협회 직제규정에 의거해 수뇌부 지시를 이행했을 뿐 추천 등 임의 조치를 취한 바 없다"며 "이미 전력강화위가 추천한 후보 3인을 만나 협상이 가능하도록 면담한 것인데 문체부가 사실관계를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등이 지위를 이용해 전력강화위 및 이사회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전력강화위원과 전직 임원들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5일 홍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6일에는 천안 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전자 자료 등을 확보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