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부호 몰리는 뉴질랜드…'황금비자' 신청 급증

입력 2026-08-07 10:37
수정 2026-08-07 10:46

뉴질랜드가 투자와 부동산 취득 규정을 완화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세계 부유층의 ‘황금비자’ 신청이 급증했다. 해외 자본과 기업가의 경험을 끌어들여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정책이지만 주택시장 왜곡과 세제 부담, 투자자의 장기 정착 여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14개월 동안 투자이민 제도를 통해 뉴질랜드에서 무기한 거주·근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신청한 외국인은 700명을 넘었다. 제도 개편 전 3년간 신청자가 11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신청자는 3년 안에 뉴질랜드 현지 펀드와 기업, 자선단체 등에 최소 500만뉴질랜드달러, 미화 약 290만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채권 같은 수동적 자산에 5년 동안 1000만뉴질랜드달러를 투자하는 별도 제도에도 127명이 신청했다.

신청 급증의 배경에는 부동산 구매와 투자 범위, 뉴질랜드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을 완화한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뉴질랜드의 안전성과 외딴 지리적 위치도 부유층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투자비자가 외국 자본을 늘리고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두뇌 유출’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관광객들은 뉴질랜드 이주를 꿈꾸지만 현지 젊은층은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럭슨 총리는 "세계 각국이 이민 문턱을 높이는 시기에 뉴질랜드는 문을 넓혔다"며 "스타트업에 자본뿐 아니라 지식과 경험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비자 소지자가 자금과 경영 능력을 활용해 뉴질랜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르투갈과 미국 등 세계 수십개 국이 투자나 현금을 대가로 이민 절차에서 우대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그러나 성과는 엇갈리고 있다. 아일랜드와 몰타, 호주는 신청 저조나 제도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관련 제도를 폐지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