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던 환자의 장에 천공을 발생시키고, 결국 숨지게 한 의사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4부(김희석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21년 10월 15일 안산시 단원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50대 여성 B씨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던 중 과실로 장에 천공을 유발했다. 이후 적절한 요양 방법 등을 지도하지 않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 A씨는 내시경 진입 시 방향을 잘못 정하고 적절한 수준 이상의 힘을 가해 B씨의 결장 게실(장벽 일부가 주머니 모양으로 탈출한 병변) 부위에 천공을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천공 부위를 봉합하는 시술을 한 뒤 같은 달 23일 B씨를 퇴원시켰지만, 장 천공 환자가 퇴원할 때 복통이나 발열 등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응급실로 내원하도록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퇴원 후 하복부 통증 등을 느낀 B씨는 천공 후유증을 의심하지 못한 채 정형외과를 먼저 찾았고, 뒤늦게 상급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해 11월 7일 급성 복막염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료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나, 범죄 전력이 없고 관련 민사 판결이 확정돼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대장내시경 과정에서의 과실과 설명 의무 위반이 없었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부족하다"면서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통증 당시 원인을 특정하지 못해 정형외과를 우선 방문한 점에 비춰 볼 때 퇴원 시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심의 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