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실패했습니다.”
직장인 김모씨는 오는 9월 말 아파트 매매 잔금일을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시중은행 대면 창구를 세 곳 이상 방문했다. 하지만 한도 소진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거나 연 6%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불안한 마음에 부동산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진 김씨는 대출 여력이 있는 인터넷은행 대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잔금일 기준으로 신청할 수 있는 날인 지난 5일 오전 6시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접속 순위에서 밀려 대출받지 못했다. 김씨는 “인터넷은행 대출을 받는 게 추석 기차표 끊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잔금일 전에 대출받아야 하는데 고금리 대출 외에는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하나은행 비대면 대출 중단
인터넷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가 꼭두새벽부터 ‘오픈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은행이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매일 오전 6시 주담대 접수를 시작하면 10분도 안 돼 하루 한도가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접수 시작 후 1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됐다는 후기와 함께 빨리 접속하는 요령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대출 신청자가 카카오뱅크로 몰리는 건 시중은행이 대출을 죄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 판매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하나은행은 9월 실행분까지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이날부터 신규 비대면 주담대를 중단하기로 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취급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게다가 3대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연말까지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무엇보다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서류 제출 등 모든 신청 절차를 마칠 수 있는 인터넷은행의 편리함은 대출 신청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주담대 금리를 시중은행 평균 수준으로 올려도 카카오뱅크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출 몰리자 금리 인상한 카뱅주담대 신청자가 폭주하자 카카오뱅크는 1일 신청 한도를 설정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아 주담대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서다.
은행권에선 카카오뱅크의 오픈런 현상이 계속되면 시중은행처럼 대출 옥죄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정책대출 제외)는 3965억원이다. 전체 주담대 잔액만 올해 들어 3000억원 늘었음을 감안하면 목표액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증시 ‘빚투’(빚내서 투자) 영향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증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은행권 신용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총 109조7533억원으로 6월 말보다 9713억원 늘었다. 카카오뱅크도 이날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연 4.47%에서 연 4.78%로 높였다.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한 지 한 달 만이다.
다른 인터넷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케이뱅크는 이달 말까지 마이너스통장 개설 신청을 중단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려 신용대출 한도를 관리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터넷은행도 4분기엔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김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