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인공위성이 집중 배치된 지구저궤도(LEO)에서 ‘우주 핵 경쟁’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궤도가 통신, 정찰, 군사작전 요충지로 떠오르면서 러시아가 일대 위성망을 한 번에 무력화할 위성 공격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우주사령부 문서에는 러시아가 우주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근거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발사한 ‘코스모스 2553’이다. 러시아는 위성 임무를 ‘고방사선 환경 연구’라고 설명했지만 일반 위성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2000㎞ 고도에 배치됐다. 지금은 핵무기를 싣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핵무기를 연구개발하려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지구저궤도를 노린 러시아의 우주 인프라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주 핵무기의 타깃은 주변 위성이다. 우주 공간에서 핵폭발을 일으키면 방사선과 전자기펄스(EMP), 고에너지 전자 등이 방출된다. 이들은 위성의 전자회로, 통신장비, 태양전지 등을 파괴한다. 미국이 1962년 태평양 상공에서 시행한 ‘스타피시 프라임’ 핵실험은 지구저궤도 위성 중 3분의 1을 파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에너지 전자 일부는 지구 자기장에 붙잡혀 인공 방사선대를 형성하며 수년에 걸쳐 장기적인 피해를 유발한다. 폭발 당시 근처에 없던 위성과 나중에 발사된 위성을 망가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지구 궤도에 위성 약 1만8840기가 있으며 이 중 약 89%(1만6810기)가 저궤도에 배치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타링크 위성이다. 러시아는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보고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핵무기를 탑재한 위성을 식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을 띄운 뒤 의심 위성에서 약 4㎞ 떨어진 곳에서 1주일가량 관측하며 핵무기 탑재 여부를 식별하는 것이다. 아레그 데이나굴리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부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이 같은 개념을 제안했다.
핵무기 탑재 여부는 방출되는 중성자 수와 궤적을 분석해 판별한다. 다른 위성보다 중성자가 많이 관측되면 핵무기가 실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 자기장에 갇힌 고에너지 양성자가 핵무기에 포함된 우라늄과 만나면 핵 파쇄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라늄 원자핵 내부의 중성자 일부가 떨어져 나온다.
이 같은 기술은 국제 분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 핵무기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국가 소유 위성에 강한 엑스선이나 중성자를 비추면 공격·간섭으로 오인될 수 있다. ‘우주법의 헌법’으로 불리는 1967년 우주조약은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물체를 지구 궤도에 배치하거나 우주 공간에 주둔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