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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9%. 지난달 코스피지수 하락률이다. 낙폭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속도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4214.17에서 올해 6월 19일 9385.59(연 고점)까지 두 배 넘게 올랐다. 올 들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지금이 상승장 중간의 조정인지, 아니면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프리미엄9 회원을 위해 지난 6일 서울 중림동 본사 다산홀에서 ‘긴급진단, 한국 증시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개최한 특별강연회에서는 이번 증시 급락의 성격과 상승장을 끝낼 위험 신호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 등을 차례로 짚었다. ◇“한국판 블랙먼데이”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이번 급락을 기업 이익이 무너진 구조적 약세장이라기보다 수급 충격에 가까운 장세로 봤다. 금리 불안에 레버리지 상품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빠르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장세를 1987년 미국 증시의 ‘블랙먼데이’와 비교했다. 당시에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교체 뒤 금리 불안이 커졌고, 레버리지 성격의 상품과 프로그램 매도, 투자 비중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 물량이 동시에 쏟아졌다. 박 대표는 “시장에 ‘한국판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며 “경기 침체나 구조적 이익 훼손 때문에 빠진 전형적 약세장보다는 프로그램과 수급 충격이 촉발한 ‘이벤트 드리븐’ 약세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현물 투자자라면 공포에 손절하기보다 수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바닥을 맞히겠다며 팔았다가 다시 사는 전략은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과거 증시의 ‘짝수 해 약세, 홀수 해 강세’라는 증시 패턴에도 주목했다. 체슬리투자자문에 따르면 1999~2025년 홀수 해 14차례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연간 상승한 해는 13차례로 93%에 달했다. 코스닥지수도 14차례 중 12차례 상승해 비율이 86%였다.
추가 자금을 넣는다면 대형주보다 그동안 소외된 코스닥시장과 중소형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몰리는 동안 기업 성장성과 관계없이 주가가 눌린 종목이 많다는 이유다. 다만 반도체를 서둘러 사 모으는 전략에는 주의를 당부했다. 박 대표는 “반도체 사이클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시클리컬의 평균 회귀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변수”이번 급락이 수급 충격에 가깝더라도 상승장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은택 KB증권 리서치본부 전략총괄은 상승장을 실제로 끝낼 위험 신호로 투자자금 변화를 꼽았다. 은행과 연기금등 자본공급자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빅테크는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에 따른 보상이 커 투자를 멈추기 어렵다. 반면 자본공급자는 수익은 제한적인데 실패하면 원금까지 잃을 수 있어 위험에 훨씬 민감하다.
자본공급자가 돌아설 신호로는 경기 둔화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제시했다. 특히 물가가 다시 뛰는 가운데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0~5.3%를 넘어서는 상황을 경계했다. 국채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얻으면 은행과 연기금 등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AI 투자에 돈을 댈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이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과거와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업황이 좋아지면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크게 늘렸고, 결국 공급 과잉으로 가격과 실적이 다시 꺾이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한 공급 조절,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대에 따른 범용 D램 공급 제한 등으로 사이클 진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LTA를 통해 수요가 꺾이기 전에 생산 투자를 조절할 수 있다고 봤다. 류 연구원은 “고객이 계약 연장을 주저하거나 조건을 다시 협상하려고 하면 공급사가 그 신호를 보고 자본지출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메모리 업체의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호황기에 번 돈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어 공급 과잉을 자초했지만 앞으로 주주환원이 늘어나면 이 같은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박주연 기자